▲ 최종국 출전에 대한 부담 여부를 묻자 “딱히 부담은 없고, 언제 나가도 다 중요한 판이기 때문에 비슷한 것 같다”고 담담하게 밝힌 강심장 김은지(원익)
창단 4년 만에 첫 우승에 도전하는 원익이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정규리그 1위 울산 고려아연을 제압했다. 26일(목)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원익이 3-2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겼다. 주장 박정환과 이지현이 역전의 물꼬를 텄고, 김은지가 최종국에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 2023-2024시즌 챔피언 결정전 이후 2년 만에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1국 울산 고려아연 랴오위안허(후보) vs 원익 진위청(후보)
랴오위안허, 258수 백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1-0 원익
1국은 울산 고려아연의 랴오위안허와 원익의 진위청이 맞붙었다. 2023-2024시즌 6전 전승으로 신인상을 받은 3년차 외국인 선수 랴오위안허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3승 1패로 나름 선전했다. 유일한 패배는 개막 라운드에서 신진서(마한의 심장 영암)에게 당한 것.
마주한 진위청은 2024-2025시즌 신인상 주인공이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6승 1패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3연속 선발승으로 원익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나란히 신인상을 수상한 두 용병의 맞대결이 챔피언 결정전의 포문을 열었다.
초반 하변 공방전에서 중앙을 봉쇄하는 데 성공한 진위청이 두터움을 활용해 우상귀 백돌을 압박하며 확실한 우위를 잡았다. 그러나 대마의 사활이 걸린 패싸움 과정에서 진위청의 결정적인 패착이 나왔다. 실착의 대가로 중앙의 보고마저 초토화됐다. 전세를 뒤집은 랴오위안허가 차이를 벌리며, 진위청의 선봉 무패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울산 고려아연이 선제점을 가져갔다.
▲ 감각이 좋고, 속기에 능한 신인상 수상자끼리의 맞대결에서 랴오위안허(울산 고려아연)가 삼성화재배 월드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2국 원익 박정환(1지명) vs 울산 고려아연 안성준(1지명)
박정환, 152수 백 불계승. 원익 1-1 울산 고려아연
2국에서 양 팀 주장전이 성사됐다. 통산 전적은 박정환이 9승 4패로 앞서 있다. 그러나 지난해 안성준이 2연승을 거두며 최근의 흐름이 바뀌었다. 랴오위안허의 승리로 기선을 제압한 울산 고려아연은 연승 사냥을 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철벽을 과시했던 진위청·박정환 ‘원투 펀치’가 처음 뚫린 원익은 반격에 나섰다.
상변 백돌에 대한 압박이 수포로 돌아가자 안성준이 비세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좌상귀 흑돌마저 아무런 대가 없이 넘어가며 형세가 더욱 벌어졌다. 승기를 잡은 박정환이 우하귀 일대 흑 모양까지 파괴하며 완승을 거뒀다. 원익이 1-1 균형을 맞췄다.
▲ 목감기 증세 속에서도 ‘무결점 바둑’으로 투혼을 발휘한 박정환(원익)이 주장 대결에서 안성준(울산 고려아연)을 제압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31승 3패로 단연 발군의 성적이다.
3국 원익 이지현(2지명) vs 울산 고려아연 송규상(4지명)
이지현, 207수 흑 불계승. 원익 2-1 울산 고려아연
울산 고려아연의 송규상과 원익의 이지현이 맞붙었다. 개막 당시 랭킹 6위로 출발해 ‘1지명급 2지명’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지현은 정규리그 6승 7패로 부진했다. 반면 4지명 송규상은 5승 5패를 거두며 팀의 정규리그 우승에 힘을 실었다. 양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3국이다.
좌하귀 백진에서 감각적인 타개를 선보인 이지현이 팽팽하던 흐름을 깨고 주도권을 쥐었다. 특유의 강수로 중앙의 제공권까지 장악하며 갈수록 힘을 발휘했다. 역전의 기회를 엿보던 송규상의 승부수마저 통하지 않으며 형세는 점점 기울었다. 승부의 분수령 3국을 가져간 원익이 2-1로 앞서 나갔다.
▲ 시즌 초 ‘최강의 원투펀치’로 불렸던 이지현(원익)이 정규리그 6승 7패, 플레이오프 2패의 부진을 만회하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4국 울산 고려아연 최재영(2지명) vs 원익 이원영(3지명)
최재영, 280수 흑 4.5집승. 울산 고려아연 2-2 원익
막판에 몰린 울산 고려아연 박승화 감독은 후반기 5승 2패로 살아난 최재영 카드로 필사의 반격을 시도했다. 원익은 플레이오프에서 당이페이(영림프라임창호) 상대로 명승부를 펼친 이원영을 투입해 끝내기를 노렸다. 상대 전적은 2승 2패 호각.
조용하던 국면은 우상귀에서 격렬한 수상전이 터지자 급변했다. 치열한 싸움은 이원영이 상대 돌을 포획하고, 최재영이 사석 작전의 대가로 두터움을 얻으며 정리됐다. 결국 그 두터움이 위력을 발휘했다. 하중앙에서 이원영의 대마가 쫓기며 요석 6점을 헌납하면서 사실상 승패가 갈렸다. 최재영의 완승으로 승부는 2-2 원점이 됐다.
▲ 정규리그 후반기부터 컨디션을 회복한 최재영(울산 고려아연)이 이원영(원익)을 완파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4승 2패.
5국 원익 김은지(4지명) vs 울산 고려아연 류민형(3지명)
김은지, 193수 흑 불계승. 원익 3-2 울산 고려아연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의 향방을 가를 최종국.
정규리그 풀세트 접전에서 울산 고려아연은 7전 전승으로 끝판왕이었고, 원익 역시 6승 3패로 강했다. 2차례씩 최종국에 나섰던 류민형과 김은지는 모두 2승을 올린 바 있다.
강심장을 지닌 두 승부사의 대결 치고는 초반부터 승부가 갈렸다. 불과 40여 수만에 승률 그래프가 60%를 상회한 김은지가 인공지능에 버금가는 완벽한 수순으로 류민형을 시종 압도했다. 정규리그에서 팀의 허리를 책임지며 맹활약했던 류민형은 속절없이 끌려갔다. 김은지의 빈틈없이 정교한 수읽기를 당할 재간이 없었다. 원익이 ‘풀세트 무적’ 울산 고려아연에게 3-2 역전승을 거뒀다.
▲ 바둑TV 해설 송태곤 9단이 ‘인생 명국’이라 극찬할 만큼 완벽한 대국을 선보인 김은지(원익)가 플레이오프 3차전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도 최종국까지 책임지며 ‘바둑 여제’에서 ‘끝내기 여제’로 거듭나고 있다.
원익이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3-2로 가져갔다. 믿었던 진위청이 1국에서 랴오위안허에게 무너졌지만, 주장 박정환이 2국에서 균형을 맞췄다. 3국에서 이지현의 포스트시즌 첫 승점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최종국에서 김은지가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원익이 2차전까지 승리하면 2022년 팀 창단 이후 4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한다. ‘0표의 기적’ 울산 고려아연은 정규리그 1위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2차전을 이겨야 한다.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은 하루 쉬고 29일(토) 속개된다.
▲ 2국 주장전 대국을 검토하고 있는 울산 고려아연 선수단
▲ 승부의 분수령이 된 3국을 복기하고 있는 원익 선수단
▲ 울산 고려아연 박승화 감독과 선수들이 최종국 직후 경기장을 찾았다. 2년 전 우승 멤버인 신민준(왼쪽 세 번째)의 모습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