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태희의 패배로 2국마저 내줬지만 왠지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의 울산 고려아연 검토실
잘 나가는 팀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울산 고려아연이 이번 시즌 첫 리버스 스윕을 연출했다. 15일(목)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1경기에서 울산 고려아연이 정관장에게 3-2 역전승을 거뒀다.
3연패 후 7연승을 폭발시키며 선두 원익을 추격하고 있는 울산 고려아연은 두 달 넘게 지는 법을 잊었다. 반면 최하위 정관장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단 한 번만 패하더라도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가능한 만큼 배수의 진을 쳤다.
▲ 신민준(수려한 합천)의 LG배 우승 낭보와 함께 정관장과 울산 고려아연의 승부가 시작됐다.
1국 정관장 김명훈(1지명) vs 울산 고려아연(1지명)
김명훈, 184수 백 불계승. 정관장 1-0 울산 고려아연
정상권에 있음에도 두 선수의 맞대결은 3년 만이다. 상대 전적은 4승 4패로 호각지세. 바둑리그만 놓고 보면, 김명훈이 3승 1패로 우위에 있다.
거침없는 초반 행마 속에 발 빠르게 움직인 김명훈이 실리에서 앞서나갔다. 안성준은 다소 느리지만 두터운 수로 중반전을 대비했다. 비세에 빠진 안성준이 하중앙에서 승부수를 던졌으나, 실리에 집착한 것이 화근이 됐다. 결국 중앙에서 치명적인 꽃놀이 패를 허용하면서 형세가 기울었다. 김명훈이 끝까지 완벽한 마무리로 승부를 지켜냈다. 주장전을 승리한 정관장이 선제점을 가져갔다.
▲ 개인 최다 연승 기록인 7연승을 목전에 두고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린 안성준(울산 고려아연)
▲ '주장 킬러' 안성준(울산 고려아연)에게 완승을 거두며 8승 2패로 다승 순위 단독 2위로 뛰어오른 김명훈(정관장)
2국 정관장 박상진(2지명) vs 울산 고려아연 한태희(5지명)
박상진, 295수 흑 1.5집 승. 정관장 2-0 울산 고려아연
정관장은 주장 김명훈에 이어 2지명 박상진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울산 고려아연은 지난 두 경기 전반전에 나서 상대 팀 1·2지명을 잇따라 저격했던 5지명 한태희가 나섰다.
초중반 상대의 진영을 크게 파괴한 박상진이 리드했다. 한태희는 완생이 아닌 상대 대마를 얼키설키 엮어보려 했지만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한때 20여 집 이상 부족했던 바둑을 한태희가 뒤늦게 따라잡았지만, 끝내 1.5집 반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정관장이 2-0으로 달아났다.
▲ 최근 변상일(한옥마을 전주), 이지현(원익) 등 강호를 연파한 박상진(정관장)이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리며 시즌 6승 5패를 기록했다.
3국 울산 고려아연 최재영(2지명) vs 정관장 박하민(4지명)
최재영, 141수 흑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1-2 정관장
최근 7연승 기간 중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매번 기선을 제압했던 울산 고려아연이 초반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울산 고려아연은 2지명 최재영을 투입해 반격에 나섰다. 정관장은 박하민 카드로 맞섰다. 박하민은 시즌 성적 2승 7패로 부진하지만, 최재영에게 통산 5전 전승으로 압도적인 상성을 보이고 있었다.
바둑은 초반 우상귀에서 포인트를 올린 최재영이 주도했다. 중반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박하민의 실착이 나오면서 승세를 굳혔다. 최재영이 상대 전적의 일방적 열세를 극복하고 박하민에게 첫 승을 따냈다. 울산 고려아연이 추격을 시작했다.
▲ '패자의 역습 #1' 그동안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박하민(정관장)을 상대로 5전 6기 끝에 첫 승을 거둔 최재영(울산 고려아연)
4국 울산 고려아연 류민형(3지명) vs 정관장 최민서(5지명)
류민형, 214수 백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2-2 정관장
양 팀의 전반기 대결 최종국에서 맞붙었던 류민형과 최민서의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당시 류민형의 승리로 연패를 끊은 울산 고려아연은 4라운드 정관장전을 시작으로 7연승 행진을 달렸다. 지난 김은지(원익)전에서 '미스테리 투석'의 주인공이었던 최민서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경기에 나섰다.
팽팽하던 균형은 최민서의 결정적인 패착 한 수로 급격하게 무너졌다. 유리한 중앙 전투를 벌이던 최민서가 상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우형을 자초하며 한순간에 공수가 뒤바뀐 것. 이후 침착한 후반 마무리가 장기인 류민형의 독무대가 이어졌고 더 이상의 변수는 없었다. 저력의 울산 고려아연이 극적인 리버스 스윕의 기회를 맞았다.
▲ '승자의 여유' 최민서(정관장)를 꺾고 상대 전적 5전 전승, 시즌 성적 6승 1패를 기록한 류민형(울산 고려아연)
5국 울산 고려아연 송규상(4지명) vs 정관장 안국현(3지명)
송규상, 167수 흑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3-2 정관장
최종국에 남은 두 선수는 정관장 안국현과 울산 고려아연 송규상. 상대 전적은 안국현이 5승 1패로 크게 앞서 있다. 6년 전 첫 대국을 제외하고 5연속 패배를 당하고 있는 송규상 입장에서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대다.
우상귀 접전에서 포인트를 올린 안국현이 주도권을 쥐었다. 장기전이 예상되는 순간, 안국현이 중앙에서 백 두 점을 움직인 수가 패착이 됐다. 이후 중앙과 상변에서 안국현의 돌이 속절없이 쫓기며 끌려갔다. 결국 송규상이 상중앙 대마를 포획하며 승부를 끝냈다. 울산 고려아연이 정관장을 상대로 '패패승승승' 3-2 리버스 스윕을 완성했다.
▲ '패자의 역습 #2' 안국현(정관장)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던 송규상(울산 고려아연)이 통쾌한 승리로 설욕하며 시즌 4승 4패를 기록했다. 되는 팀에게 이날 만큼은 상대 전적마저 무의미했다.
23년 역사의 바둑리그에서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은 정관장의 12연승이다. 정관장은 2016시즌 최종 라운드 SK엔크린전부터 2017시즌 11라운드 포스코켐텍전까지 두 시즌에 걸쳐 12연승을 기록했다. 범위를 단일 시즌으로 좁혀도 2017 시즌 정관장의 11연승이 최다 기록이고, 2016 시즌 포스코켐텍이 세운 10연승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다 연승 기록을 보유한 정관장을 상대로 8연승을 달성한 울산 고려아연의 다음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림프라임창호다.
16일(금) 11라운드 2경기는 단독 선두 원익과 6위 수려한 합천의 대결이다. 원익은 2지명 이지현을, 수려한 합천은 외국인 선수 판인을 선발로 내세웠다. 전반기 첫 대결에서는 이지현이 판인에게 불계승을 거둔 바 있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주장 김명훈이 1국을 이기고 복귀하자 정관장 선수단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