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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려아연, 디펜딩 챔피언 꺾고 2연승
'0.2%의 기적' 류민형 생환, 송규상 결승타... 5국 혈투 끝 역전승
  • [KB바둑리그]
  • 강헌주 전문기자 2025-12-01 오전 12:54:21
▲ 주장전 맞대결을 이긴 안성준의 금의환향에 한층 밝아진 울산 고려아연 검토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승부, 마지막에 웃은 팀은 울산 고려아연이었다.
30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4경기에서 울산 고려아연이 영림프라임창호를 상대로 3-2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뒀다.

1국 울산 고려아연 안성준(1지명) : 영림프라임창호 강동윤(1지명)
안성준, 187수 흑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1-0 영림프라임창호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났다."

지난주 농심신라면배에서 한국 대표로 나란히 출전했던 강동윤과 안성준이 1주일 만에 적수로 마주 앉은 1국. 대회의 여독이 덜 풀린 탓인지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큰 실수를 주고받았다. 일류 고수도 실수는 나올 수밖에 없지만, 먼저 나온 실수보다 나중에 나온 실수의 타격이 더 큰 법이다.

서로 상대의 의도를 거스르는 포석이 일단락되자 전투가 시작됐다. 어렵지 않은 수를 착각하며 먼저 비세에 빠진 안성준이 패싸움으로 반전을 모색했다. 당황한 강동윤이 대악수로 팻감을 쓰면서 역전을 허용했고, 나중에 나온 실수를 만회할 틈이 없었다. 울산 고려아연이 주장전 정면 승부에서 귀중한 선제점을 가져갔다.


▲ 지난 라운드 결장의 아쉬움을 주장전 승리로 보답한 울산 고려아연 안성준

2국 영림프라임창호 송지훈(3지명) : 울산 고려아연 최재영(2지명)
송지훈, 253수 흑 불계승. 영림프라임창호 1-1 울산 고려아연

난전에 능한 두 선수의 대결에서 변수는 ‘시간’이었다.
팽팽하게 맞선 중반전, 두 선수가 시간에 쫓기면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송지훈이 중앙 착점(117수) 후 계시기를 눌렀는데 바로 꺼져버린 것. 5분여 중단된 대국은 김기용 심판이 계시기를 교체한 후에 재개됐다. 반집 승부가 예상되던 국면은 초읽기에 몰린 최재영이 대마 사활을 착각하며 순식간에 송지훈에게 기울었다. 양 팀의 승부는 1-1 동률이 됐다.


▲ 시즌 3승 1패로 팀의 허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는 영림프라임창호 송지훈

3국 영림프라임창호 박민규(2지명) : 울산 고려아연 한태희(4지명)
박민규, 268수 백 1.5집 승. 영림프라임창호 2-1 울산 고려아연

2국이 끝나자 3국의 오더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기세가 좋은 박민규가 류민형에게 5승 무패, 송규상에게 5승 1패로 일방적 우위를 보인 반면, 한태희에게 4승 5패로 근소한 열세에 놓여 있는 상황. 울산 고려아연 박승화 감독은 고심 끝에 한태희를 투입하며 흥미로운 매치업이 성사됐다.

한태희가 박민규를 초반부터 몰아붙였다. 그러나 위기 상황을 침착하게 수습한 박민규가 중반 이후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1.5집을 남겼다. 영림프라임창호가 마침내 전세를 뒤집었다.


▲ 초반 위기를 극복하고 시즌 4승을 수확한 영림프라임창호 박민규

4국 울산 고려아연 류민형(2지명) : 영림프라임창호 강승민(4지명)
류민형, 160수 백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2-2 영림프라임창호

2연승 중인 류민형과 3연패에 빠져 있는 강승민의 대결.
초반 류민형이 수읽기를 대착각하면서 강승민의 승률이 99.8%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끝난 승부, 그러나 실낱같은 가능성을 갖고 있던 류민형이 상대를 압박하며 기적의 역전극을 만들었다.

류민형은 상대 전적 1승 4패의 열세를 딛고 시즌 3승을 올렸다. 반면 개인적인 마수걸이와 함께 팀 승리를 눈 앞에 뒀던 강승민에게 뼈아픈 역전패였다. 양 팀의 승부는 다시 한 번 동률이 됐다.


▲ 0.2%의 기적을 연출하며 시즌 3전 전승을 기록한 울산 고려아연 류민형

5국 울산 고려아연 송규상(4지명) : 영림프라임창호 오병우(4지명)
송규상, 205수 흑 불계승. 울산 고려아연 3-2 영림프라임창호

최종국에서 아직까지 승리가 없는 두 선수가 맞붙었다.
송규상이 초반 열세를 만회하면서 중반 이후로 별다른 위기 없이 피니시 라인에 골인했다. 막중한 부담감 속에 마무리로 나선 오병우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팀의 연패를 끊는 데 실패했다. 울산 고려아연의 3-2 재역전승.

디펜딩 챔피언 영림프라임창호는 2,3지명 선수의 활약에도 3연패 부진에 빠졌고, 울산 고려아연은 기분 좋은 2연승을 달리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 자신의 시즌 첫 승이자, 팀 승리를 확정 지은 울산 고려아연 송규상

5라운드를 마친 결과, 원익이 4승 1패로 단독 선두에 올랐고, 나란히 3승 2패를 기록한 마한의 심장 영암ㆍGS칼텍스ㆍ한옥마을 전주가 선두를 추격하고 있다. 6라운드는 12월 4일 원익과 마한의 심장 영암의 선두권 빅뱅으로 포문을 연다.


○●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내년 2월까지 8개 팀이 더블리그 방식으로 총 14라운드 56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우승 상금 2억 5,000만원을 놓고 최종 대결을 펼친다. 매 경기 5판 3선승제로 진행되며, 기본 시간 1분에 착수할 때마다 15초가 추가되는 피셔 룰 방식이 적용된다.

▲ 2국 대국 중 계시기가 꺼지는 해프닝이 발생하자 김기용 심판이 계시기를 교체하고 있다. 디지털 계시기가 멈추거나 꺼지는 경우는 한꺼번에 여러 선수가 대국하는 예선전에서 종종 발생한다.

▲ 예기치 못한 계시기 해프닝에 일제히 검토실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영림프라임창호 선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