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이 천신만고 끝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23일(월)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원익은 진위청·박정환·김은지의 징검다리 승리로 영림프라임창호의 추격을 3-2로 따돌렸다.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의 충격을 딛고 2연승을 거둔 원익이 챔피언 결정전 무대에 올랐다.
▲ 이현호 심판의 개시 선언과 함께 팀의 운명을 가를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 막이 올랐다.
1국 원익 진위청(후보) vs 영림프라임창호 당이페이(후보)
진위청, 289수 백 0.5집승. 원익 1-0 영림프라임창호
원익 이희성 감독은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진위청을 다시 한번 선발로 내세우며 플레이오프 3일 연속 선봉의 중책을 맡겼다. 영림프라임창호 박정상 감독은 선봉 통산 10승 3패를 기록 중인 당이페이를 선발 카드로 제출했다. 기선 제압을 위한 건곤일척의 승부다.
초반 발빠른 행마를 선보인 진위청이 리드를 잡았다. 하변 흑진 침투와 좌변 전투에서 솔솔한 포인트를 올렸다. 당이페이도 무리하지 않고 장기전을 도모했다. 한때 위기에 몰렸던 진위청의 백돌이 숨통을 트이자 중반전부터 미세한 승부가 끝까지 이어졌다. 종반이 세계 최강이라는 당이페이 못지않게 진위청 역시 끝내기가 완벽했다. 결국 백 0.5집승, 승리의 여신은 진위청의 손을 들었다. 원익이 3차전에서도 선제점을 올렸다.
▲ ‘끝내기의 명국’을 보여주며 당이페이(영림프라임창호)에게 극적인 반집승을 거둔 진위청(원익). 정규리그 7라운드부터 8연승 가도를 달리는 MVP급 미친 활약이다.
2국 영림프라임창호 강동윤(1지명) vs 원익 이지현(2지명)
강동윤, 242수 백 불계승. 영림프라임창호 1-1 원익
1국 패배로 반격이 절실한 영림은 주장 강동윤을 바로 투입했다. 원익은 이지현으로 맞불을 놨다. 그런데 랭킹과 지명에서 앞선 강동윤이 이지현에게 3승 10패로 크게 밀린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바둑리그의 사나이’ 강동윤이 절대 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까.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을 반영하듯 이지현이 초반부터 강동윤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지현이 좌변에서 상대 대마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자 바둑은 다시 어울렸다. 반상 곳곳에서 난전이 벌어지며 승률 그래프가 크게 요동쳤다. 결국 종반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강동윤이 귀중한 승점을 챙겼다. 영림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 상대 전적의 굴욕을 씻고 난적 이지현(원익)을 제압한 강동윤(영림프라임창호)
3국 원익 박정환(1지명) vs 영림프라임창호 송지훈(3지명)
박정환, 230수 백 불계승. 원익 2-1 영림프라임창호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디펜딩 챔피언 영림에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원익 박정환을 상대로 백중세를 보인 강동윤(13승 14패)을 제외하면 박민규(0승 8패), 송지훈(0승 5패), 강승민(1승 12패), 당이페이(2승 9패) 등 주축 선수 4명의 합산 전적이 3승 34패로 너무 참담한 것.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 위해 송지훈이 출격했다.
최근 한껏 기세가 오른 박정환을 상대로 송지훈이 중반까지 팽팽히 맞섰다. 평온하던 바둑은 송지훈이 우하귀 백돌을 노골적으로 갈라가며 혼전 양상으로 돌변했다. 노련한 박정환이 상대의 저돌적인 공세를 빈틈없이 막아내며 또 한번 천적의 면모를 과시했다. 원익이 2-1 우위를 점했다.
▲ 플레이오프 내내 영림프라임창호의 강력한 허리 박민규와 송지훈을 상대로 압도적인 바둑을 선보인 박정환(원익)
4국 영림프라임창호 박민규(2지명) vs 원익 이원영(3지명)
박민규, 166수 백 불계승. 영림프라임창호 2-2 원익
다시 막판에 몰린 영림은 정규리그 9승 6패 활약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연속 박정환을 만나 눈물을 흘렸던 박민규가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원익은 정규리그에서 4승 8패로 다소 부진했지만 전날 2차전에서 당이페이에게 귀중한 결승점을 올렸던 이원영을 투입했다.
중반까지 혼전 양상을 띠었던 바둑은 박민규의 과감한 결단이 승패를 갈랐다. 하변 백 대마를 포기하고, 상변 흑 대마를 공격한 선택이 완벽히 적중하며 팀을 구해낸 것. 박민규의 불계승으로 영림이 승부를 최종국으로 몰고 갔다.
▲ 단 한 번의 과감한 결단으로 팀을 구해낸 박민규(영림프라임창호)
5국 원익 김은지(4지명) vs 영림프라임창호 강승민(4지명)
김은지, 234수 백 불계승. 원익 3-2 영림프라임창호
마지막 승부가 펼쳐졌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2전 2승, 두 차례 모두 최종국에서 결승점을 올리며 가공할 ‘지뢰’의 폭발력을 보여준 강승민, 그리고 바둑리그와 각종 국내외 기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김은지가 최종국에서 맞붙었다. ‘끝내기 요정’과 ‘바둑 여제’의 운명을 건 단판 승부다.
중반까지 팽팽하던 흐름은 강승민이 초읽기에 몰리면서 급격히 기울었다. 이번 시즌 ‘완성형 선수’로 거듭난 김은지가 상대의 응수를 무력화하여 차이를 벌려간 끝에 항복을 받아냈다. 포스트시즌에서 박정상 감독의 기대에 한껏 부응했던 강승민의 마지막 지뢰는 결국 불발탄으로 끝났다. 사흘간 피말리는 승부 끝에 원익이 챔피언 결정전에 골인했다.
▲ “개인전 세계대회 결승보다 오늘 대국이 더 긴장됐다.” 최종국 승리 후 솔직한 심경을 밝힌 김은지(원익)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렸던 원익이 30.8%의 낮은 확률을 뒤집고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진위청과 박정환은 각각 3승을 책임졌고, 2차전은 이원영이, 3차전은 김은지가 끝냈다.
2023-2024시즌 정규리그 우승 팀 원익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울산 고려아연에게 1-2로 패하며 통합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바 있다. 정규리그 순위만 놓고 보면 두 팀이 자리를 맞바꾼 2년 만의 리턴 매치다. 우승상금 2억 5천만원의 주인공을 가릴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은 오는 26일(목) 막을 연다.
▲ 1국 당이페이의 눈 터지는 계가 바둑을 집중 분석하고 있는 영림프라임창호 선수단
▲ 1국 승리 후 검토실로 복귀한 진위청이 이희성 감독과 함께 인공지능으로 자신의 바둑을 복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