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악몽을 떨쳐낸 원익이 완벽한 복수에 성공했다. 22일(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5-202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원익이 진위청·박정환·이원영의 3연승으로 영림프라임창호를 3-0으로 셧아웃시켰다.
1국 원익 진위청(후보) vs 영림프라임창호 송지훈(3지명)
진위청, 302수 백 4.5집 승. 원익 1-0 영림프라임창호
이희성 원익 감독은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며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진위청을, 박정상 영림 감독은 상대 팀의 강자를 만나도 해볼 만한 송지훈을 선발 카드로 제출했다. 경기 전 바둑TV 인터뷰에서 이희성 감독은 4국, 박정상 감독은 5국에서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김수용 심판의 개시 선언과 동시에 60여 수 가까운 초대형 정석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우상귀 정석이 마무리되자 진위청이 우변 흑진에 침투하며 사활이 걸린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승부처를 직감한 송지훈이 남은 시간을 모두 쓰며 1선을 젖힌 수가 대착각이었다. 백돌이 기사회생하며 진위청이 전세를 뒤집었다. 형세 판단이 뛰어난 진위청이 유연한 마무리로 포스트시즌 4연승을 이어갔다. 전날에 이어 원익이 선취점을 올렸다.
▲ 송지훈(영림프라임창호)을 꺾으며 정규리그 7라운드부터 7연승, 포스트시즌 4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효자 용병’ 진위청(원익)
2국 원익 박정환(1지명) vs 영림프라임창호 박민규(2지명)
박정환, 129수 흑 불계승. 원익 2-0 영림프라임창호
전날 1차전에 이어 원익의 주장 박정환과 영림의 2지명 박민규가 다시 맞붙었다. 국면 운영에 강점을 갖고 있는 박민규에게 기풍이 비슷한 ‘무결점 바둑’ 박정환은 통곡의 벽이었다. 통산 7전 전패를 당하고 있는 박민규가 이날은 설욕할 수 있을까.
초반부터 박정환이 주도권을 쥐었다. 박민규는 좌변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상변에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박정환의 정교한 응수에 속수무책으로 실점하며 129수 만에 단명국으로 끝났다. 7전 8기에 도전한 박민규는 이날도 박정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원익이 2-0으로 앞서갔다.
▲ 맥심커피배 4강에서 신진서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최근 7연승을 달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정환(원익)
3국 원익 이원영(3지명) vs 영림프라임창호 당이페이(후보)
이원영, 222수 백 불계승. 원익 3-0 영림프라임창호
3국은 원익의 이원영과 영림의 당이페이가 맞붙었다. 전날과 같은 시나리오를 기대한 영림은 당이페이를, 전날과 다른 결과를 원하는 원익은 이원영으로 맞섰다. 상대 전적은 당이페이가 2승 1패로 앞서 있는데, 세 판 모두 반집에서 한집 반 차이로 갈린 초접전이었다.
초반은 당이페이의 안정적인 페이스. 이원영이 절묘한 맥점 두 방을 구사하자, 중앙에서 서로 빵따냄을 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승기를 잡은 이원영은 적극적으로 국면을 주도하며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후반이 강한 당이페이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이원영이 대어를 낚으며, 원익이 3-0 완봉승을 거뒀다.
▲ 정규리그 통산 113승을 올린 ‘전통의 강자’ 이원영(원익)이 ‘최강의 용병’ 당이페이(영림프라임창호)를 상대로 값진 승리를 거뒀다.
▲ 대국이 끝나고 한참 동안 말없이 복기에 임한 이원영(원익)과 당이페이(영림프라임창호)
원익이 전날의 충격적인 역전패를 완벽하게 설욕했다. 진위청·박정환·이원영이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몰아붙였다. 포스트시즌에서 무패 행진을 질주했던 영림프라임창호의 포스트시즌 연승 행진도 ‘5’에서 멎었다.
플레이오프는 1-1 동률. 챔피언 결정전에 선착해 있는 울산 고려아연과 우승컵을 다툴 상대는 누가 될 것인가. 내일 단판 승부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 1국을 패배하고 검토실에 복귀한 송지훈이 박정상 감독의 복기를 들으며 괴로운 듯 머리를 쥐어 감싸고 있다.
▲ 진위청이 위기에 빠졌던 1국 승부처 장면을 인공지능으로 검토하고 있는 원익 선수단
▲ 내일 3차전 예상 스코어를 묻는 질문에 “사실 이기기만 한다면 아무리 늦게 끝나도 스코어는 상관없다”고 답한 박정환(왼쪽)과 “영림이 워낙 강팀이라 분위기를 내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다”고 밝힌 이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