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양건 감독 "계속 호흡기 붙이고 갈랍니다"
사이버오로, 수려한합천에 3-2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20-01-19 오전 4:27:01
▲ 이례적으로 5국에 성사된 양 팀 주장 맞대결. 박영훈 9단과 나현 9단의 '신산 대결'에서 박영훈 9단(오른쪽)이 집념의 역전승을 거뒀으나 팀은 또 패하며 6연패의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갔다.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3경기
'탈락 위기' 사이버오로 3연승...5위 점프
전반기 1위 수려한합천 6연패...8위 추락


5연패 탈출이 시급한 수려합합천과 4승7패에서 호흡기를 붙이고 6승7패까지 생명을 연장한 사이버오로. 사정은 다르지만 절박하긴 매한가지인 두 팀의 대결에서 사이버오로가 웃었다.

1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3경기에서 사이버오로는 2지명 홍성지 9단-퓨처스 최광호 3단-3지명 설현준 5단의 순으로 3승을 합작하며 수려한합천을 3-2로 꺾었다. 전반기 1-4 패배도 갚았다.

▲ 추락과 상승의 접점에서 마주한 두 팀. 같은 6승7패지만 개인승수 차이로 6위와 7위에 자리한 수려한합천과 사이버오로가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였다.

6승의 밀집대열에서 일어난 정면 충돌이었던 만큼 결과는 빅뱅처럼 요동쳤다. 3연승을 달리며 7승7패가 된 사이버오로는 7위에서 5위로 순위가 두 계단 점프했다. 이번 시즌 들어 가장 높은 순위다. 반면 6연패의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간 수려합합천은 6승8패, 순위가 두 계단 떨어지며 8위까지 밀려났다. 수려한합천은 전반기에 6승2패로 1위를 한 팀이다.

양 팀의 2지명 이지현 9단과 홍성지 9단이 1승씩을 나눠 가진 상태에서 퓨처스 최광호 3단이 지난해의 신인왕 박상진 4단을 꺾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2시간 장고대국에서 나이(최광호 3단이 10살 위)나 객관적 데이터 등등 모든 면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역전승하며 팀 승리를 바짝 끌어당겼다. "초반엔 좋았다가 나중에 나빠졌는데 그 때는 그렇게 나쁜 줄 몰랐다. 이후 승부패가 잘 통하면서 이길 수 있었다"는 국후 인터뷰.

▲ 만 29세의 만학도인 최광호 3단(왼쪽)과 10살 아래인 2001년생 박상진 4단. 3라운드에 이어 2시간 장고대국에 두 번째 등판한 최광호 3단이 KB리그 무대에서 첫승을 거둔 것이 승부의 물꼬를 사이버오로쪽으로 돌리는 '대타 홈런'이 됐다.

후반 4국과 5국은 두 판 다 사이버오로가 좋은 흐름이었다. 설현준 5단과 나현 9단이 중반 무렵 박승화 8단과 박영훈 9단을 상대로 나란히 AI 승률 80% 이상의 우세를 보였다. 이번 시즌 내내 3-2 승부만을 거듭해왔던 사이버오로의 첫 대승이 점쳐졌다.

예상대로 설현준 5단이 박승화 8단의 항서를 받아내며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끝난 주장 대결에선 나현 9단이 후반에 믿을 수 없는 실수를 거듭하며 박영훈 9단에게 역전패, 모처럼 찾아든 기회가 물거품이 됐다. 최종 스코어는 3-2.

▲ 99년생인 설현준 5단과 89년생 박승화 8단. 10살 차이가 나는 두 기사의 첫 대결에서 설현준 5단(오른쪽)이 완승의 흐름으로 팀 승리를 결정했다. 설현준은 3연승과 함께 7승6패, 박승화는 7승7패의 시즌 전적.

4승7패의 탈락 위기에서 3연승을 달린 사이버오로는 올 시즌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달성하며 5위의 커트라인 안에 드는 기쁨을 누렸다. 2경기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포스트시즌의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경기 종료 후 양건 감독에게 "이제는 호흡기를 떼도 되겠다"라는 인사말을 건넸을 때 대답이 걸작이었다. 사람 좋긴 하지만 늘 진지하면서 약간 구식인 그에게서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
"아닙니다. 호흡기 성능이 좋던데요, 계속 붙이고 갈랍니다(^^)."

▲ 승리 인터뷰를 하는 양건 감독과 수훈 선수 최광호 3단.

"최광호 선수가 이번에 소소회 회장직을 벗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서 기대를 해봤는데 멋진 홈런을 쳐줘서 고맙고도 기쁘다." (양건 감독)

"(-2시간 장고대국만 두 번째인데) 저는 사실 속기가 편한데요(웃음), 실제 승부에는 별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최광호 3단)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19일 한국물가정보(1위.9승4패)와 홈앤쇼핑(7위.6승7패)이 16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안정기-한태희, 박하민-김창훈(퓨), 강동윤-이영구, 신민준-한승주, 허영호-김명훈. 전반기엔 한국물가정보가 4-1로 승리한 바 있으며, 신민준(승)-한승주는 리턴매치다.

▲ 당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귀가 얇은 게 단점"이라는 이희성 해설위원의 최근 적중률이 매우 높다(이번에도 혼자 다 맞췄다). 요즘은 귀마개를 하고 사는 걸까.

▲ 최근 2연패로 주춤한 이지현 9단이 136수의 단명국으로 문유빈 3단을 제압하며 승리의 시동을 다시 켰다. 상대전적 2승. 문유빈은 위급한 중앙 대마를 방치하고 잠시 한눈을 판 것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 홍성지 9단(왼쪽)이 상대전적 3승으로 강한 면모를 보이며 박종훈 4단을 5연패의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 3지명 설현준의 상승세에 퓨처스 최광호의 활약이 단비처럼 반가운 사이버오로. 정관장 황진단, 홈앤쇼핑과의 대결이 남아 있다.

▲ 6연패의 충격 속에서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위기에 처한 수려한합천. 셀트리온과 한국물가정보 같은 강팀들과 차례로 대결한다.

▲ 2018년 만 27세의 늦은 나이로 입단의 관문을 뚫은 최광호 3단(랭킹 61위). 늘 괘활하면서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지만 바둑 스타일은 의외로 냉정한 구석이 있다. "강자에 강한 모습이 있고 안정적으로 잘 둔다"는 것이 전부터 지켜본 이희성 해설자의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