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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바퀴에서 다섯 바퀴로'... 더욱 강력해진 '물가'
한국물가정보, 포스코케미칼 5-0 완파하고 단독 선두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9-12-14 오전 4:26:15
▲ 올 시즌 루키 돌풍의 진원지로 자리했던 안정기 5단(왼쪽)이 거함 최철한 9단을 반집차로 꺾고 3-0 팀 승리를 결정했다. 최철한에게 3전 3승의 강한 면모를 보인 안정기. 12월 랭킹은 최철한 13위, 안정기 49위.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2경기
한국물가정보, 7승3패 단독 선두


주장의 결장, 전반기에 당한 1-4 패배, 밑단의 순위. 여기에 상대는 순위표의 꼭대기에 위치한 1위팀이라는 것까지. 포스코케미칼이 이날 맞닥뜨린 상황은 놀랍도록 전날 정관장 황진단의 처지와 비슷했다. 그런 악조건에도 정관장 황진단은 수려한합천을 꺾었다. 그렇다면 포스코케미칼도(?).

이변은 역시나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순위표 최상단의 1위가 밑단의 8위를 잡았다. 그것도 퍼펙트 스코어로. 1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2경기에서 1위 한국물가정보가 8위 포스코케미칼을 5-0으로 완파했다. 5-0 영봉승은 지난 5라운드에서 수려한합천이 정관장 황진단을 상대로 처음 작성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

▲ 2~5국의 오더에서 큰 폭의 우위를 점한 한국물가정보가 유일하게 불리했던 1국마저 가져가며 무실점의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4승5패의 포스코케미칼로선 이날의 경기가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이라 할 만큼 중요한 승부였다. 이기면 5승5패로 5할 승률을 맞추며 순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고, 질 경우엔 꼴찌로까지 추락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이런 중차대한 경기에 주장 변상일 9단이 오더에서 제외되다니. 혹시나 해서 중국리그나 다른 공식 일정이 있는 것 아닌가 찾아봤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의문은 경기가 시작된 후 이상훈 감독의 입을 통해서 어느 정도 풀렸다. "변상일 선수가 모 바둑사이트에서 주최하는 대회(우승 상금 1억원에 8강이 겨루는 이벤트라고 한다)에 초청을 받았는데 일정이 겹쳐서 부득이하게 출전을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현행 KB리그 규정(차항, 일정조정)에 의하면 결원을 인정하는 경우는 "KB바둑리그선수가 해외 및 지방에서 개최되는 세계대회(중국리그 포함)와 국내대회를 참가할 경우"라고 되어 있다. 변상일 9단이 참가하는 대회가 이 규정에 맞는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절체절명의 경기를 주장 없이 치러야 하는 선수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 지난해에는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기사의 대결에서 신민준 9단(왼쪽)이 완승의 내용으로 박건호 4단을 5연패의 수렁에 밀어넣었다.

반면 한국물가정보로선 이번이 수려한합천과의 지리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마감하고 7승의 단독 선두로 훌쩍 뛰어오를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 전날 수려합합천이 정관장 황진단에게 패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경각심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팀의 원투펀치 신민준 9단과 강동윤 9단이 선봉에 섰다. 신민준 9단이 속기대국에서 박건호 4단을, 강동윤 9단은 장고대국에서 이창석 9단을 꺾었다. 선제 2승으로 앞서 나간 한국물가정보는 2시간의 장고대국에서 5지명 루키 안정기 5단이 상대 2지명 최철한 9단을 반집차로 꺾는 기염을 토하며 일찌감치 3-0으로 승부를 끝냈다.

▲ 지난 경기에서 김지석 9단을 꺾는 등 최근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던 이창석 5단(왼쪽). 이날 경기에서도 AI 승률그래프상 8대 2까지 앞서면서 승리가 유력해 보였지만 결국은 '역전의 달인' 강동윤 9단에게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상대전적에서 강동윤이 3전 3승.

한국물가정보의 4국과 5국 주자들은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한 상대 5지명급 선수들을 또 한번 울렸다. 허영호 9단이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송태곤 9단에게 불계승. 이어 박하민 6단은 김세동 6단에게 당한 1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며 완봉승에 마지막 점을 찍었다.

한국물가정보는 9개팀 중 가장 먼저 7승(3패) 고지에 오르며 전날 패한 수려한합천과의 간격을 1게임차로 벌렸다. 그동안 세 번의 4-1 승리에 이날 5-0 승리까지 더해지면서 개인 승수도 유일하게 30승을 넘는(31승) 팀이 되는 등 경사가 겹쳤다. 반면 포스코케미칼은 정관장 황진단과 자리를 바꾸며 최하위로 밀려났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14일 5승3패(2위)의 Kixx와 4승4패(5위)의 셀트리온이 11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개별 대진은 백홍석-한상훈, 김지석-최정, 정서준-신진서, 강승민-이호승, 윤준상-조한승. 전반기엔 셀트리온이 3-2로 이긴 바 있으며, 정서준-신진서(승)는 전반기의 재대결이다.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송태곤 9단(왼쪽)의 첫승은 언제쯤 이뤄질까. 이날 허영호 9단에게 후반 역전패를 당하며 6패째.

▲ 군복무로 인한 3년의 공백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김세동 6단(오른쪽)도 괴롭긴 마찬가지. 박하민 6단에게 패하면서 올 시즌 다섯 번의 출전 기회를 모두 패점으로 종결지었다.

▲ 다음 12라운드에서 정관장 황진단과 대결하는 한국물가정보. "우리 팀은 상상할 수 없는 강팀이라 이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한종진 감독의 자신만만한 선전포고가 있었다.

▲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이 바닥까지 추락한 포스코케미칼. 다음 12라운드의 상대는 홈앤쇼핑.

▲ 지금은 '물가'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