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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감독의 수려한 데뷔전
32세 고근태 감독 성공리 리그 데뷔...수려한 합천 3-2 홈앤쇼핑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9-09-30 오전 6:12:38
▲ 지난해 말 군복무를 마치고 리그에 복귀한 박승화 8단(오른쪽. 수려한 합천 4지명)이 홈앤쇼핑의 주장 이영구 9단을 꺾고 새롭게 시작하는 팀과 감독에 힘을 실어줬다.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라운드 4경기
수려한 합천, 신생팀 대결에서 홈앤쇼핑에 3-2 승


KB리그 감독의 평균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초창기 50대에서 지금은 40대가 주를 이룬다. 올 시즌 참가 9개팀 가운데 7개팀 감독이 40대다. 관록보다는 젊은 선수들과의 호흡이 중시되는 만큼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감독 데뷔 연령도 빨라지고 있다. 30대 감독이 이상하지 않게 됐다.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이 2015년 36세의 나이로 데뷔했고, 화성시코리요 박지훈 감독도 2년 전 38세에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나아가 이번 시즌엔 파격적으로 역대 최연소 감독이 등장했다. 32세의 나이로 신생팀 수려한합천의 사령탑을 맡은 고근태 9단이 그 주인공이다.

▲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올 시즌의 신생 두 팀, 수려한 합천과 홈앤쇼핑이 맞대결을 펼쳤다.

30대 초반이면 아직 승부에 미련이 있을 나이다(고 감독의 9월 랭킹은 60위. KB리그의 터줏대감인 이영구, 윤준상 9단이 그와 같은 87년생들이다). 더군다나 고 감독은 비슷한 또래 중 보기 드문 우승 경력자다. 2005년 본격기전인 천원전서 우승했다. 선수 생활을 계속하느냐, 감독을 맡을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이 말도 못했을 것이다.

감독이란 직책도 영 어색했을 테고, 팀 개막전을 앞두고는 이런저런 부담감에 잠을 제대로 이뤘을 리 없다. 경기 당일의 인터뷰 때 카메라맨이 긴장하지 말 것을 주문했지만 얼굴은 잠시 풀렸다가도 이내 딱딱한 원상태로 돌아갈 뿐이었다.

▲ 89년생으로 꾸준히 바둑 외길을 파고 있는 박승화 8단. 이영구 9단과의 대국에서 보여준 결정타(2선의 붙임)는 '오늘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름칠을 잘 하고 나온 것 같다" "절실함이 깃들어 있는 정말 잘 둔 바둑"이라는 찬사가 중계석에서 나왔다.

다행히 경험 많은 주전들이 힘을 실어줬다. 2지명 이지현 9단이 선제점을, 결정적으로 1-1의 스코어에서 '예비역' 박승화 8단이 상대 주장 이영구 9단을 꺾으며 승리의 물꼬를 당겼다. 이어 자신보다 두 살이나 많은 박영훈 9단이 결승점을 올리며 일찌감치 3-1로 승부를 끝냈다(29일 바둑TV 스튜디오). 표정이 없던 초보 감독의 얼굴에 그제서야 살짝 미소가 피어올랐다. 중계석에선 "처음치고는 준비를 잘한 것 같다. 선수들과의 호흡도 기대되고 살짝 덕장의 이미지도 풍긴다."는 평가가 나왔다.

밤 10시 50분. 랭킹 20위의 강자 김명훈 7단과 좋은 승부를 펼쳤던 박종훈 3단이 계가 직전 자신의 반집패를 확인하고선 돌을 거뒀다. 앞서 장고대국에서 박상진 4단이 패한 데 이어 기대를 걸었던 두 신인의 데뷔전이 모두 실패로 끝난 것.
결과적으로 형들이 세 판을 이겨주고 아우들이 두 판을 지면서 최종 스코어는 수려한합천의 3-2 승. 이 같은 결과가 재밌었는지 방송 말미에 목진석 해설자가 위트 있는 멘트를 날렸다.

"오늘은 '형들이 해준 경기', 형들이 마치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아요. "어때, KB리그 만만치 않지(?)"

▲ 경기 종료 후 마이크를 잡은 고근태 감독(왼쪽)과 승리의 일등공신 박승화 8단

"막상 경기에 임하니 생각보다 훨씬 긴장이 됐다. (감독직 수락에) 고민이 많았는데 바둑을 사랑하는 합천군의 정성과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다." (고근태 감독)

"지명이 낮아서 편하게 승부할 수 있었다. 공백 같은 건 신경쓰지 않고 적응을 위해 최대한 많이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 (박승화 8단)

이로써 1라운드를 모두 마친 KB리그는 내주 목요일(10월 3일) 화성시코리요-사이버오로의 대결을 시작으로 2라운드의 포문을 연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인 다음 이어지는 포스트시즌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 국가대표팀의 기대주인 2001년생 박상진 4단(오른쪽)의 KB리그 데뷔전. 제한시간 2시간의 장고대국에 출전해 한태희 6단과 마주 앉았지만 대마가 잡히는 불상사를 당하며 158수 만에 불계패.

▲ 2017년 KB리그 데뷔 무대에서 혹독한 경험(1승11패)을 치른 심재익 3단(오른쪽)의 2년 만의 복귀전. 절절한 마음으로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에 나섰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다. 랭킹 11위의 이지현 9단에게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하고 158수 만에 항복.

▲ 한승주 5단의 툭툭 튀는 면을 잘 알고 있는 박영훈 9단(왼쪽)이 노련한 완급조절로 예봉을 피하며 불계승(상대전적 3전 3승).

▲ 랭킹은 120위지만 6월의 바둑TV배에서 나현, 변상일, 신민준 9단을 차례로 꺾고 4강까지 올랐던 박종훈 3단(오른쪽)의 데뷔전.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간발의 차이로 쓴 맛을 봤지만 상대가 김명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잘 싸운 결과'라는 평이 많았다.

▲ 최연소 감독과 최연장 감독(최규병 56세)의 대결이기도 했다.

▲ 박씨성을 가진 4명의 선수를 보유해 '4박(朴)팀'으로 불리는 수려한합천팀. 더욱이 박영훈 9단과 박종훈 3단은 실제 6촌지간.

▲ 오정아 4단이 검토실에 나와 열심히 부군(이영구 9단)을 응원했음에도 결국 패하고 만 홈앤쇼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