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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가른 '최후의 30분'...한국물가정보, 창단 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화성시코리요에 2-3 패배...동률 승자승 규정에서 BGF 따돌려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8-10-08 오전 7:18:55
▲ 밤 10시 40분에 끝난 최종국(장고대국)에서 한국물가정보 2지명 강동윤 9단(왼쪽)이 화성시코리요 송지훈 4단을 사투 끝에 꺾고 팀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결정했다. 4시간 10분 동안 역전, 재역전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 드라마틱한 승부였다. 패자 송지훈 4단도, 포스트시즌과 무관한 화성시코리요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4경기
포스코켐텍.정관장 황진단.Kixx.한국물가정보...'가을 바둑' 네 팀 확정


최종 라운드, 최종 경기, 최종 대국 직전까지도 베일에 싸여있던 마지막 한 자리의 주인공은 총 14라운드, 56경기, 280국을 전부 치르고서야 실체를 드러냈다.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 끝에 남은 한 장의 티켓을 거머쥔 팀은 한국물가정보. 7일 밤 바둑TV 스튜디오서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4경기에서 한국물가정보는 화성시코리요에 2-3으로 패했지만, 동률 규정(팀 승수→개인 승수→승자승)에 의해 BGF를 제치고 포스트시즌에 합류했다. 2015년에 창단한 한국물가정보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위는 앞서 포스트시즌을 확정지은 Kixx에 이어 4위.

▲ 팀 창단 때부터 사령탑을 맡아온 한종진 감독과 주장 데뷔 첫 시즌을 치른 신민준 9단.

"강동윤 선수 바둑이 너무 나빠서 많이 포기한 상태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기회를 살리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번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우리에게 대패를 안겼던 정관장 황진단까지 이겨보고 싶다." (한종진 감독)

"오늘 바둑은 초반부터 원하는 대로 잘 풀렸다. 그동안 마음이 계속 흔들렸던 상태여서 오늘은 조금 차분히 두자고 마음 먹었다."(신민준 9단)

이보다 재밌을 수 없었고, 이보다 극적일 수 없었다. 한국물가정보는 이기든 지든 2승만 거두면 경쟁팀인 BGF를 따돌릴 수 있었던 상황. 한데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마지막 강동윤의 승리가 확실해질 때까지 발을 동동 구르고 애간장이 타는 상황이 지속됐다.

주장 신민준 9단이 상대 3지명 최재영 4단을 상대로 선취점을 올렸을 때는 곧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 같았다. 남은 네 판 중 한 판만 이기면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박하민 4단이 류수항 6단에게 터무니 없는 실수로 역전패를 당하면서부터 흐름이 꼬이기 시작했다.

▲ 대국 전 커다란 부채로 심열을 가라앉히고 있는 강동윤 9단. 그만큼 절체절명의 승부였다.

4지명 박건호 4단이 원성진 9단에게 불과 127수 만에 불계패, 박정환 9단을 상대한 허영호 9단 역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중도에 돌을 거뒀다. 졸지에 1-3의 스코어. 강동윤 9단만이 남아 악전고투하고 있는 장고판에 팀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한종진 감독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바라봤던 바둑이 밤 10시를 넘기면서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대 송지훈 4단의 지나친 버팀이 기회를 가져다 줬다. 중앙 대마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끝에 망외의 전과를 거뒀다. 이어 우하귀 잡혔던 돌을 절묘한 패버팀으로 살려내면서 재역전이 이뤄졌다. 다른 사람 같은 멘탈이 무너질 장면에서 굵은 정신줄로 버텨낸 역전(逆戰)이자 역전(力戰)이었다.

▲ 엎치락뒤치락,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을 것은 인공지능 뿐. 신민준(왼쪽)을 비롯한 양 팀 선수들이 죄다 노트북 앞으로 몰려들었다.

정규시즌 종료...10월 30일부터 포스트시즌 돌입

8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6월 14일 개막전에 들어간 2018 바둑리그는 4개월간의 정규시즌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는 30일부터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최종 순위는 1위 포스코켐텍, 2위 정관장 황진단, 3위 Kixx, 4위 한국물가정보. 이들 상위 네 팀이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라 프로야구와 같은 스텝래더방식으로 최종 순위를 다툰다. 준플레이오프전은 단번기이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3번기. 준플레이오프전 어드밴티지가 신설돼 정규리그 4위팀은 1국(장고)오더를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 맨 마지막에 다승왕 대열에 합류한 박정환 9단. 2014년 이후 4년 만이며, 2013년 포함 통산 세 번째이다. 한 경기를 결장한 최종 성적은 11승2패.

포스트시즌 진출팀에만 성적에 따라 수여하는 팀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선수들은 정규시즌 동안 매대국 승자 360만원(장고 400만원), 패자 70만원(장고 80만원)을 받았다. 감독 상금은 1위팀 2500만원, 2위팀 1800만원, 3위팀 1300만원, 4위팀 1000만원이다.

박정환.신진서.나현, 다승왕 세 명 공동 수상

정규시즌 다승왕은 나란히 11승을 기록한 박정환.신진서.나현 9단, 세 명이 공동 수상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각각 박정환은 2014년 이후 4년 만이며 신진서는 3년 연속, 나현은 이번이 처음이다(다승왕은 패수를 따지지 않으며 공동 수상일 경우 상금 5백만원을 균등배분한다).

이 밖에 통합 MVP(1000만원), 우수상(500만원), 신인상(300만원)은 기자단 투표(50%)와 온라인 투표(50%)를 합산해 선정, 대회 종료 후 시상한다. 한편 포스트시즌 개막에 앞서 26일엔 네 팀의 감독과 선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디어데이를 갖는다.




▲ 목진석 해설위원이 "정말 커다란 1승"이라고 말했던 2국. 연패와 연승을 오르내리며 롤러코스터 같은 주장 데뷔 첫해를 치른 신민준 9단(오른쪽)이 팀이 필요할 때 값진 승점으로 역할을 했다. 상대 대국자는 상대전적 2승2패에서 맞선 최재영 4단.

▲ 올 시즌 박정환 포함 내로라 하는 상대 에이스들을 다섯 명이나 꺾은 박하민 4단(왼쪽). 정작 1승이 절실한 순간에 덜커덕 판을 망친 아쉬움이 컸다. 빼어난 활약상에 비해 7승7패의 성적은 본인으로서도 불만이었을 것. 상대 류수항 5단 역시 전반기의 부진을 회복하지 못하고 5승9패로 마감.

▲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화성시코리요. 지난 시즌 박지훈 감독(왼쪽)을 영입해 처음 포스트시즌(와일드카드)에 나가는 성과를 냈지만 2년 연속엔 실패했다. 최종 성적은 6위.

▲ 팀 창단 4년 만에 포스트시즌의 염원을 이룬 한국물가정보. "내가 오면 질 때가 많아서 근처에 머무르곤 한다"는 노승권 대표(왼쪽)가 현장에서 직접 기쁨을 맛봤다.

▲ 마지막 30분, 초 긴장 모드에 돌입한 한국물가정보 진영.

▲ 여름의 초입에 시작된 리그가 낙옆이 떨어질 무렵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