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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역전 투혼...최하위 화성시, 선두 포스코 잡았다
포스코켐텍, 시즌 첫 연패...선두 자리 '흔들'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8-09-02 오전 6:14:44
▲ 관심이 집중된 랭킹 1위와 7위간의 주장 맞대결에서 박정환 9단(오른쪽)이 최철한 9단을 전반기에 이어 다시 꺾었다. 장고대국에서 3시간 반의 사투를 펼친 끝에 끝내기에서 역전했다. 통산전적에서도 최근 3연승과 더불어 13승 6패로 우위.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0라운드 3경기
화성시코리요, 포스코켐텍에 3-2 승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겠다.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중에서


잇단 돌발변수가 종반으로 향하는 정규시즌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10라운드 들어 상위팀들이 하위팀들에게 거듭 패하는 흐름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최하위팀이 선두팀을 꺾는 파란이 펼쳐졌다.

9월 1일 밤 바둑TV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0라운드 3경기에서 8위 화성시코리요가 1위 포스코켐텍을 3-2로 꺾고 실낱 같은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만일 이 경기를 패했다면 희박한 산술적 가능성마저 사라진 채 산소호흡기를 떼야 할 운명이었다.

▲ 9라운드까지 2승(7패)이 고작이었던 화성시코리요는 이 경기를 지면 끝장이었다.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겨 포스트시즌에 나간다는 것은 꿈 같은 얘기지만 아예 확률이 제로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나아가 최소한 꼴찌만은 면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지가 이번 시즌 들어 최고의 사투를 이끌어냈다.

사전에 공표된 오더에서 이변의 가능성이 감지됐다. 전반기와 똑같은 오더를 제출한 화성시코리요 박지훈 감독의 전략이 포스코켐텍의 허를 찔렀다. 박정환이 출전하는 장고대국에 상대 주장 최철한을 재차 끌어들이는 묘수로 작용했다.

▲ 지난해 15라운드와 올해 팀 개막전에서 박정환-신진서의 맞대결을 이끌어내는 파격 행보로 주목받았던 화성시코리요 박지훈 감독(39.오른쪽). 팀 승부도 중요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걸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경기 전 "전반기와 오더가 똑같다" 라고 묻자 "그런가요, 크게 의식해서 짠 건 아닌데..." 라며 멋적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포스코켐텍 나현에게 선취점을 내준 후 최대 승부처인 3국, 5지명 맞대결에서 류수항이 윤찬희를 꺾은 것이 승리의 기폭제가 됐다. 이후 장고대국에서 박정환이 예정대로 승부의 물꼬를 끌어왔고, 2지명 원성진이 이원영을 상대로 결승점을 장식하면서 일찌감치 3-1로 승리했다. 포스코켐텍은 밤 11시 25분에 끝난 마지막 대국에서 변상일이 한 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 랭킹과 최근 전적에선 윤찬희 7단(왼쪽)이 앞서지만 상대전적은 2대2로 팽팽했던 두 기사. 90년생 동갑내기지만 입단도 6년이나 빠르고 체격도 훨씬 큰 윤찬희 7단의 자존심이 상했을까.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패배를 시인한 다음 곧장 돌을 쓸어담았다.

"박정환 9단, 정말 대단하네요. 숱한 위기를 넘기고 자신이 능기로 하는 끝내기로 상대를 끌어들여 승리하네요."(홍민표 해설위원)

상대 전적 6승 12패. 전반기에 이어 박정환을 마주한 최철한은 또 한번 아픈 패배를 당했다. 중반에 실전적인 버팀으로 우세를 잡았고, 판세도 두터웠지만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끝내기에 들어가선 박정환의 독무대이다 싶은 진행이 펼쳐졌고 결국 반면 10집 이상 격차가 벌어지자 다시 고개를 떨구지 않을 수 없었다(273수 박정환 흑 불계승).

▲ 삼성화재배 출격을 앞두고 투혼의 역전극을 펼친 박정환 9단. 9승1패로 이영구 9단, 나현 9단과의 다승왕 3파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강팀을 상대로 3승째를 수확한 화성시코리요는 최하위 탈출의 전기를 마련했다. 에베레스트의 산소보다 희박한 확률이지만 포스트시즌을 향한 일말의 가능성도 꿈으로 남겨뒀다.

반면 사실상 포스트시즌을 확정 지은 상태에서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노리던 포스코켐텍은 두 경기 연속 덜미가 잡히면서 비상이 걸렸다. 당장 내일 경기에서 Kixx가 5-0 승리를 거둔다면 1위 자리가 바뀔 판이다.

▲ 붉게 상기된 두 사람의 표정이 보여주듯 시종 화끈했던 5국에서 원성진 9단(오른쪽)이 이원영 8단을 꺾고 상대전적의 격차를 4승1패로 벌렸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정규시즌은 2일 Kixx와 신안천일염이 10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대결한다. 6승3패의 2위와 3승6패의 7위의 대결이다.

서로 짜기라도 하듯 다섯 판 모두에서 동지명 대결이 이뤄진 것이 눈에 확 띄는 매치. 모든 시선이 김지석-이세돌의 리턴매치(전반기 김지석 승)에 쏠릴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Kixx에선 퓨처스 김세동 6단이 첫 등판 기회를 잡았다.



▲ 혼신의 추격전 끝에 끝내기에서 반집 역전승을 거둔 나현 9단(오른쪽). 대어를 잡고 3연패를 벗어나는가 싶었던 최재영 4단의 상심이 컸다.

▲ 거대한 바꿔치기와 끊없는 패싸움으로 파란만장했던 4국. 속기로 2시간 30분, 327수까지 가는 혈전 끝에 변상일 9단(오른쪽)이 승리하며 국내외 기전 7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송지훈 4단에겐 4전 전승.

▲ 총 일곱 차례의 패배 중 2-3 패배가 다섯 번인 화성시코리요. "이상하게 운이 따라주지 않더라" 라는 박지훈 감독(왼쪽)의 토로가 있었다.

▲ 나현-최재영의 대국이 눈터지는 반집 양상으로 흘러가자 모니터 앞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송지훈, 위태웅 등 화성시코리요 선수들.

▲ 시즌 첫 연패를 당하며 선두 자리가 위태로운 포스코켐텍.

▲ 지독한 여름 감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는 변상일. 또래들 사이에선 '공포의 수읽기'로 통하는데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이 따라주지 않는 게 아쉽다.

▲ 무엇이 이 청년의 의지를 이토록 불태우게 만들었을까. 첫 다승왕을 향한 고삐를 한껏 죄고 있는 나현. 내주 초 삼성화재배 본선에 출격한다.

▲ 바둑리그 최연소 최단기간 100승, 통산 72.85%의 경이적인 승률에 빛나는 박정환. 지난해 삼성화재배 8강에서 탈락했던 아쉬움을 이번엔 곱절로 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