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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마법이라도 걸었나요"
SK엔크린 꺾은 BGF '6연속 3-2 승'...2위 지켜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8-08-20 오전 6:20:02
▲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던 조한승 9단(왼쪽)이 7연승을 달리던 이영구 9단을 꺾고 BGF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4경기
조한승, 이영구 연승 제동 걸며 결승점


누구는 3-2로 여섯 번을 이기고 누구는 3-2로 여섯 번을 진다. 매 경기 한끗 차이의 승부에서 한 쪽은 늘 꽃밭이었고 다른 한 쪽은 늘 가시밭길이었다. 처음 한 두 번은 운이었을지 몰라도 자꾸 반복되면 실력이 된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개인 승수는 똑같은데 팀 성적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BGF와 SK엔크린의 얘기다.

올 시즌 '3-2 전문팀'으로 성가를 굳힌 BGF가 또 3-2로 이겼다. 6경기 연속이다. BGF는 12일 밤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4경기에서 주장 박영훈과 2지명 조한승, 퓨처스 진시영이 팀 승리에 필요한 3승을 합작하며 SK엔크린을 3-2로 꺾었다.

▲ 5승2패와 2승5패, 정반대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 두 팀의 대결에서 BGf가 전반기에 이어 다시 SK엔크린을 눌렀다.

"무슨 마법이라도 걸었나요(?)"

중계석 문도원 캐스터의 말마따나 승리 스코어에 마술이 걸린 듯했다. BGF가 진시영,박영훈의 선제 2승으로 전반부를 마쳤을 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결과는 어김없이 또 3-2였다.

▲ 박영훈 9단에게 랭킹과 지명,상대전적(2패) 등 모든 면에서 불리했던 박민규 6단이 대박 일보 직전까지 갔던 3국. 거의 승리가 보였던 장면에서 딱 한 번 발을 헛디딘 것이 2집반의 아쉬운 패배로 이어졌다.

이겼다면 대승으로 연결되었을지도 모를 장고판이 문제였다. 김승재 8단이 홍성지 9단에게 9승2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었기에 BGF는 이 판은 쳐다고 안 보고 있었다. 오더가 공표되었을 때부터 BGF가 가장 자신했던 판이기도 했다.

한데 이 판이 상대 홍성지 9단의 승리로 끝났다. 3-0 승리를 예상했던 것이 2-1이 되면서 BGF의 분위기도 싸해졌다. SK엔크린의 투톱 이영구 9단과 이동훈 9단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대역전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짙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6승2패 BGF, 포스트시즌 안정권 진입
-조한승 '1석 3조'의 결승점...팀 승리에 이영구에게 당한 '리그 7연패' 끊으며 연승 제동까지


이 위기를 팀의 맏형이자 2지명 조한승 9단이 막아냈다. 중반 이영구의 무리한 행마를 응징해 반면 15집 가량의 큰 우세를 확보했다. 이후는 철저한 안전운행이었다. 밤 10시 20분, 8연승에 실패한 이영구 9단이 아쉬운 표정으로 돌을 거두면서 BGF의 3-1 승리가 결정됐다. SK엔크린은 또 하나의 관심판이었던 5국에서 2지명 이동훈 9단이 설현준 4단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는 것에 그쳤다.

▲ 7연승에서 제동이 걸린 이영구 9단. 이로써 전승자가 사라진 개인 부문의 다승왕 경쟁은 7승1패의 박정환 9단, 나현 9단, 이영구 9단의 3파전 구도로 펼쳐지게 됐다.

6승2패가 된 BGF는 2위를 지키면서 포스트시즌 굳히기에 들어갔다. 목진석 해설위원은 "주전들이 어느 승리 하나 버릴 것 없는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추어올리면서 "마치 톱니바퀴 돌아가듯 고효율의 성적을 내고 있다"고 총평했다. 반면 SK엔크린은 2승6패, 중위권 진입의 교두보 마련에 실패하면서 포스트 시즌 전망이 매우 어두워졌다. "고비마다 팀원들의 엇박자가 아쉽다"는 목진석 해설위원.

이로써 반환점을 돈 후에 처음 맞은 8라운드 네 경기가 마무리됐다. 그 결과 전반기의 패배를 설욕한 팀은 Kixx가 유일. 나머지 포스코켐텍, 정관장 황진단, BGF는 동일팀과의 재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 BGF 김영삼 감독과 2지명 조한승 9단.

"8경기를 다 졌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데 운이 좋은 것 같다." "정규시즌 1위는 포스코가 맡아놓은 것 같고, 다음 라운드에서 Kixx와 대결하는데 거기서 이긴 팀이 2위를 할 것 같다."(김영삼 감독)

"오래 전에는 포석이 강한 평이었는데 인공지능이 나온 다음부터는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이영구 9단에게 리그에서 7연패를 당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동안 성적이 안 좋아서 미안했는데 중요한 판을 이겨서 다행이다."(조한승 9단)



이로써 8라운드를 마친 KB리그는 내주 목요일 한국물가정보-신안천일염의 경기를 시작으로 9라운드를 속개한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천만원, 4위 3천만원.

▲ 5지명 이창석 4단의 대타로 세 번째 출전한 퓨처스 진시영 7단(오른쪽). 박민규 6단, 신진서 9단에게 패한 다음 류민형 6단을 상대로 첫승의 기쁨을 누렸다.

▲ 균형과 부드러움을 중시하는 비슷한 스타일의 두 기사. 천적 관계는 이렇듯 닮은꼴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 장고대국 두 번째 출전인 홍성지 9단(오른쪽)이 첫 출전한 김승재 8단에게 2시간 45분 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상대전적의 격차를 3승9패로 약간 좁혔다.

▲ 98년생 이동훈과 99년생 설현준. 나이는 한 살 터울이지만 설현준이 도전하는 인상을 주었던 대결에서 이동훈 9단(오른쪽)이 잡힌 대마 안에서 패를 내는 무서운 노림을 가동하며 승리했다.

▲ 개인 승수가 워낙 적은 관계로 부지런히 팀 승수를 쌓아야 하는 BGF. 고스톱으로 치면 광으로 승부를 보는 것과 비슷한 케이스다.

▲ 경기 전 "3-2로 당한 5패 중에 단 한 경기만이라도 이겨줬더라면..." 하며 아쉬움을 토로한 최규병 감독(가운데). 5지명 류민형의 1승7패가 발목을 잡는 가운데 6라운드에서 포스코켐텍을 꺾은 기세도 사그러든 느낌이다.

▲ 예전 모 감독이 "황소 3총사 중 가장 수명이 길 것이다"라고 예언했던 박영훈 9단. 서른 넷의 나이에도 꾸준히 랭킹 톱텐을 유지하고 있고, 리그 성적도 매년 10승 내외로 꾸준하다. 현재 5승2패를 기록 중.

▲ 초반 4연패의 리그 시계를 4연승으로 돌려놓은 이동훈 9단.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이 표정에 변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