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7연패 후 7연승'...나현과 안국현의 뒤바뀐 천적 관계
포스코켐텍, 신안천일염에 압승...후반기 산뜻한 출발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8-08-17 오전 5:00:14
▲ 입단 후 안국현에게 7연패를 당하다가 이후 6연승으로 천적 관계를 뒤바꾼 나현(왼쪽). 흔치 않은 스토리의 두 기사의 대결에서 나현이 148수의 단명국으로 안국현을 제압하며 7연승을 이어갔다.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1경기
포스코켐텍, 신안천일염에 4-1 승
이세돌, 랭킹 29위 윤찬희에게 패하며 1승7패


"너무 세요. 약점이 보이질 않아요."
"시작 때부터 '사기'란 소리가 있었잖아요. 벌써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들려요."

바둑리그 중계팀 중에서도 호흡이 잘 맞기로 유명한 송태곤.최유진 콤비가 맞장구치듯 경기 결과에 혀를 내둘렀다. '반칙팀' '사기팀'이 별명이 되다시피 한 포스코켐텍이 후반기 첫 경기에서도 막강 파워를 과시했다.

포스코켐텍은 16일 밤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1경기에서 최하위 신안천일염을 4-1로 대파했다.

3지명 변상일만이 상대팀 4지명 한태희에게 패했을 뿐 그 외의 주전 4명이 대승을 합작했다. 5지명 윤찬희가 명예 회복을 벼르는 이세돌 9단을 꺾는 등 어마무시한 화력이 정점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 전반기 팀 개막전에서 포스코켐텍에게 영봉패를 당하며 출발이 꼬였던 신안천일염. 이번에는 당시 중국리그 참가로 빠졌던 주전 2명(이지현,안국현)이 가세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포스코켐텍의 위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공표된 오더는 신안천일염이 두 판에서 지명 우위를 보였다. 잘 짜였다는 평이 많았다. 거기에 승부판인 3국(나현-안국현) 포함 나머지 세 판의 상대 전적도 엇비슷해 이변의 가능성이 꽤나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1강'으로 꼽히는 포스코켐텍은 자체로 강한 전력. 세 판의 랭킹 우세를 바탕으로 두 판의 지명도 열세까지 극복하며 대승을 이끌어냈다.

▲ 전빈기 1승6패의 부진 속에 여러 차례 가슴 아픈 장면을 보여줬던 한태희 6단(왼쪽. 랭킹 45위). 후반기 들어서자 마자 절치부심, 랭킹 4위 변상일을 꺾는 기염을 토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2지명 나현의 기분 좋은 선제점으로 출발한 포스코켐텍이었지만 직후 3지명 변상일이 한태희에게 일격을 맞으면서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한창 중반을 향해 가는 장고대국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신안천일염엔 이세돌이 남아 있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주장 최철한이 믿음을 보여줬다.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한 한상훈을 꺾고 분위기를 가져왔다. 결정타는 5지명 윤찬희의 손에서 나왔다. 초반에 쥔 우세를 끝까지 움켜쥐며 이세돌을 압박한 끝에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항복을 받아냈다. 직후 이원영마저 이지현을 상대로 불계승을 거둔 포스코켐텍은 밤 10시 20분,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압승으로 후반기 첫 승부를 끝냈다.

▲ 팀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꼭 승리가 필요했었을 이세돌 9단(왼쪽). 그런 의지가 이례적으로 참고 견디는 흐름으로 몰고 갔을까. "오늘 이세돌 9단이 아닌 것 같다" "이렇게까지 꼬이는 건 처음 본다"는 중계석의 멘트가 경기 내내 이어졌다.
불리한 상황에서 커다란 패바꿔치기로 변화를 시도한 것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266수 만에 불계패. "누구를 응원하고 안 하고를 떠나 이세돌 9단이 빨리 살아났으면 하는 마음이다"라는 최유진 캐스터의 바람이 방송을 탔다.

개막 5연승을 달리다 6라운드에서 SK엔크린에게 패하면서 한 템포를 쉬었던 포스코켐텍은 다시 BGF와 신안천일염을 연파하면서 여유를 갖게 됐다. 개인 승수에서도 2위 BGF에 11승이나 앞서 있어 두 게임차 이상의 선두이다.

8개팀이 더블 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정규시즌은 17일 화성시코리요와 정관장 황진단이 8라운드 2경기에서 격돌한다. 신진서 9단과 원성진 9단, 양 팀 1.2지명이 맞붙는 장고대국이 최대 승부처이면서 볼거리.



▲ 승장 이상훈 감독과 월간 MVP를 수상한 변상일 9단.

"3국을 승부판으로 봤는데 뜻밖에 변상일이 져서 고생하면서 지켜 봤다." "선수들이 워낙 잘해줘서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이상훈 감독)

"오늘 너무 힘 없이 져서...내용이 너무 안 좋았다." "목표를 따로 정해 놓은 건 없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변상일)

▲ "전날 갑조리그를 마치고 세돌이 형과 같이 움직였습니다. 대국 장소가 멀어 밤 비행기로 북경까지 이동했구요, 거기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출발해 오후 3시경에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하드 스케줄 속에서도 한상훈 8단에게 완승을 거두며 6승4패로 상대전적의 격차를 벌린 최철한 9단

▲ 랭킹과 지명도의 열세를 딛고 이지현 9단에게 2전 2승을 거둔 이원영 7단(왼쪽).

▲ 2지명 나현이 7승1패로 다승왕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4지명 이원영이 6승2패, 1지명 최철한 5승2패, 3지명 변상일 5승3패, 5지명 윤찬희 4승2패로 모든 주전이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포스코켐텍.

▲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데 이어 올해도 2승6패로 바닥 탈출이 쉽지 않은 신안천일염. 비금도가 낳은 전설적인 형제 기사의 스토리도 이렇게 저무는 것일까.

▲ "여기가 문제였나" "패를 하지 말 걸 그랬나" 형 이상훈 감독(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세돌 9단의 혼잣말 같은 복기가 밤 늦도록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