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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4경기 만에 첫승...신안 "마법 풀렸다"
신안천일염, SK엔크린 꺾고 3연패 탈출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8-07-13 오전 8:07:32
▲ 개막 후 3연패로 부진하던 이세돌 9단이 홍성지 9단을 맞아 승리한 것이 팀의 연패 탈츨로 이어졌다.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1경기
신안천일염 4경기 만에 첫승...SK엔크린은 4연패 나락


"절대 약팀이 아니라 강팀에 가까운 팀들인데..."

본격적인 중계를 시작하기 전 송태곤 해설자는 두 팀의 처지를 설명한다는 게 영 떨떠름한 듯 이렇게 운을 뗐다.

이세돌로 대표되는 신안천일염과 전기 4위팀 SK엔크린. 시즌 초반 나란히 3연패의 부진을 겪고 있는 두 팀이 4라운드 첫 경기에서 마주쳤다. 둘 중 어느 하나는 4연패의 나락을 피할 수 없으니 얄궂은 대결이었다. 거기에 '배수진' '낭떠러지' '외나무다리' 같은 단어들이 오버랩되면서 승부의 비장감이 더해졌다.

절박했던 4시간의 승부에서 신안천일염이 SK엔크린을 꺾고 시즌 첫승의 기쁨을 누렸다. 신안천일염은 12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1경기에서 5지명 한상훈 8단과 1지명 이세돌 9단, 4지명 한태희 6단이 3승을 합작하며 SK엔크린을 3-2로 물리쳤다.

▲ 양 팀 주전 10명 중 이세돌 9단을 제외한 9명이 낮에 농심배 예선을 치르고 맞이한 저녁 경기. 사력을 다해야 하는 경기에서 더블헤더로 인한 '피로'가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미리 말하지만 오늘은 선수들이 저마다 피곤해서 일찍 승부가 날 것 같습니다"(송태곤 해설위원)

낮 1시부터 3시간 내외의 격전을 치른 선수들이 양 팀 주전 가운데 9명이나 됐다. 조별 16강 시드를 받은 이세돌 9단만 예외였다. 다행히 신안천일염은 4명 전원이, SK엔크린은 팀의 1지명 이영구 9단이 최명훈 9단에게 일격을 맞았을 뿐 4명이 생환했으나 최규병 감독은 그래도 불만이었다. "아니, 꼭 이렇게 쉬지 않고 예선을 치러야 하나. 시합도 얼마 없는데 천천히 나눠서 하지".

▲ 장고형 기사끼리 만난 속기전 2국에서 신안천일염 5지명 한상훈 8단(왼쪽)이 SK엔크린 2지명 이동훈 9단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4경기 만에 3승째(1패)를 거두며 지난해의 성적(2승13패)을 넘어선 한상훈 8단. 반면 이동훈 9단은 일찍이 없었던 개막 4연패의 충격에 휩싸였다.

시작하자마자 단명국이 나왔다. 한상훈 8단이 이동훈 9단을 146수 만에 꺾었다. 저녁 8시, 예상에 없던 빠른 종국이었다. "거봐요, 오늘 빨리 끝난다니까요" 중계석 송태곤 해설위원이 최유진 캐스터를 향해 보란 듯 한마디를 던졌다.

동시에 시작한 이영구-이지현 전도 오래가지 않았다. 앞대국 15분 뒤 이영구 9단이 불계승을 거두면서 저녁 8시 15분에 전반 속기전 두 판이 줄달음치듯 막을 내리는 양상이 펼쳐졌다. 스코어는 1-1.

▲ 올 시즌 나란히 3패로 출발이 좋지 않은 두 기사. 피말리는 끝내기 사투 끝에 한태희 6단(오른쪽)이 반집승한 것이 팀을 살리는 천금의 결승점이 되었다.

저녁 8시 30분. 후반 속기전이 시작돼서도 이런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신안천일염의 4국 주자로 나서 이세돌 9단이 3집반차로 홍성지 9단을 돌려세운 것이 밤 10시 10분. 거의 동시에 끝난 장고대국에서 한태희 6단이 류민형 6단을 반집차로 꺾으면서 신안천일염의 3-1 팀 승리가 결정됐다.

마지막에 SK엔크린 박민규 6단이 한 판을 만회한 것을 감안해도 밤 10시 20분. 양 팀에게 너무나 중요했던 경기의 결말치고는 조금은 허탈한, 이례적으로 빠른 종국이었다.

▲ 4월까지 승률 82%를 기록하다 5월 이후 4승11패를 기록하며 승률 27%로 급전직하한 이세돌 9단. 이날도 승리하긴 했지만 끝내기에서 터무니 없는 착각으로 4집 손해를 보는 등 여전히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이세돌 9단을 제외하고 주전 전원을 교체한(한상훈 8단만 다시 불러들였다) 신안천일염은 4경기 만에 첫승을 거두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주장 이세돌 9단과 4지명 한태희 6단에게서 바라던 첫승이 터졌고, 지난해 참담했던 한상훈 8단이 3승1패로 약진하는 등 성과도 쏠쏠한 편. 반면 SK엔크린은 4경기 연속 2-3 패배라는 답답한 흐름 속에 순위표의 맨 밑바닥으로 밀려났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금 요일 Kixx와 정관장 황진단의 4라운드 2경기로 이어진다. 1승2패로 초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Kixx가 난적 정관장 황진단을 맞아 주전 두 명을 퓨처스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 주목할 대목. 여기에 양 팀 주장 김지석-신진서의 빅매치가 후반 4국에 예정돼 있어 이래저래 눈을 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낮의 농심배 패배의 아픔을 뒤로 하고 이지현 7단에게 불계승을 거둔 이영구 9단(왼쪽). 상대 전적 3전 3승의 우위가 또 한 번의 승리로 이어졌다.

▲ 낮의 농심배에서 허영호 9단을 꺾은 여세를 몰아 안국현 8단에게 4집반차의 낙승을 거둔 박민규 6단(왼쪽). 4경기 동안 3승1패로 지난해의 성적(8승8패)을 훌쩍 넘어설 태세다.

▲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 정상에 오른 바 있는 신안천일염. 2016년과 2017년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 2지명 이동훈과 5지명 류민형이 동반 4연패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K엔크린. 산전수전 겪을만치 다 겪은 '우승조련사'(왼쪽)의 머릿 속엔 무엇이 그려지고 있을까.

▲ 지난해 이맘때 신안천일염은 SK엔크린에게 치욕의 영봉패를 당했다. 당시 심한 복통으로 홍성지 9단에게 맥없이 패했던 기억이 살아났을까. 줄기차게 복기를 이어가던 이세돌 9단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