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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울었다...정관장 황진단, 창단 후 첫 우승(종합)
챔피언결정전 최종전에서 포스코켐텍 꺾고 2승 1패로 통합 우승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7-12-04 오전 12:26:04
▲ "감독 생활 7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데 우승해 너무 기쁘다." 정관장 황진단 김영삼 감독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정관장 황진단, 기적 같은 대역전극으로 우승


정관장 황진단이 2017 시즌의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정관장 황진단은 3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종 3차전에서 포스코켐텍을 3-2로 꺾고 종합전적 2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1차전 포스코켐텍의 3-2 승리, 2차전 정관장 황진단의 3-2 승리.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친 다음 3일 정오부터 벌어진 최종 3차전서 승리하며 지난 5월 개막 이래 8개월을 달려온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2패 후 3연승'의 대역전 드라마였고, 내용적으로도 기적같았다.

▲ 정관장 황진단은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시리즈 우승, 퓨처스리그 우승 등 '3관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정규리그 1위팀과 2위팀이 뒤가 없는 승부를 펼친 최종전에선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정관장 황진단은 2국 속기에서 박진솔이 귀에서의 응수 잘못으로 변상일에게 역전패하며 선취점을 내준 데 이어 장고판(1국)의 한승주도 이원영에게 불계패하며 0-2로 벼랑에 몰렸다.

상황은 이창호 9단과 윤찬희가 대결한 3국에서 더욱 나빠졌다. 종반으로 들어서면서 윤찬희가 리드, 종국 직전엔 실시간 스코어 70대 30으로 승리를 굳혀가고 있었다. 포스코켐텍이 3-0으로 챔피언에 등극하는 것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황. 그런데 이 판이 뒤집어질 줄이야.

▲ 골인을 눈 앞에 둔 윤찬희에게서 눈을 의심케하는 실수가 나왔다. 포스코켐텍은 날벼락을 맞았고, 행운의 승리를 거둔 이창호 9단은 바톤을 신진서에게로 넘겼다.

"윤찬희 선수 같이 잔수가 밝은 선수가 저런 데서 실수할 리가 없어요. 끼우지만 않으면 됩니다."

"어, 어, 저전 뭐죠(?)아, 윤찬희...챔피언결정전 사상 역대급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중계석의 이희성 해설자가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질 만한 사고가 일어났다. 거기만 안 두면 된다는 곳을 윤찬희가 끼웠고, 70대 30이었던 실시간 스코어가 순식간에 10대 90으로 뒤집혔다. 윤찬희의 자충 착각이 빚은 해프닝이었다.

▲ 우승 후 가진 회식 자리에서 이창호 9단(왼쪽)이 한승주가 홍삼이 가득 든 우승컵을 마시는 걸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통산 140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바 있는 이 9단이지만 바둑리그 우승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기적 같은 1승으로 지옥을 벗어난 정관장 황진단은 4국에서 신진서 카드를 꺼내 최철한을 상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운명이 걸린 최종국.

정관장 황진단 3지명 김명훈과 포스코켐텍 2지명 나현이 벌인 최종전은 중반 초입까지는 나현이 리드했으나 공격에 실패한 후엔 김명훈의 우세. 형세는 그 후에도 수없이 오락가락하며 양팀 검토진의 애간장을 태웠다.

종반에 들어설 무렵 실시간 스코어는 75대 25로 나현의 우세. 하지만 승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좌상쪽 잡혔던 돌이 생환하는 등 김명훈의 흔들기에 멘탈 강한 나현이 무너지는 파란이 일어났다. 홍민표 해설자는 "3국에서 99% 진 바둑을 역전했고, 승리 여신의 장난인지 역대급 반전극을 보여준 하루였다"는 말로 숨가빴던 최종전을 마무리했다.

'기적' 포함한 '2패 후 3연승' 대역전 드라마
정관장 황진단 창단 6년 만에 첫 우승...'트리플 크라운'도 이뤄내
이창호 9단, 신진서도 바둑리그 첫 우승


2012년 창단한 정관장 황진단의 우승은 처음이다. 최종 3위를 차지했던 지난 시즌 1~5지명 전원을 보호선수로 지명하며 우승 도전에 나섰던 정관장 황진단은 팀 최다승, 최고 승률, 최다 연승 등 9개팀 하에서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정규시즌을 평정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난적 중의 난적 포스코켐텍을 물리치며 정점을 찍었다.

▲ 운명을 쥔 최종전은 '큰 승부에 명국 없다'는 격언처럼 시종 엎치락뒤치락했다. 국후 “팀이 거의 졌다고 봤는데 5국까지 이어져 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둔 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고 말한 김명훈(오른쪽).

인터뷰 자리에 선 김영삼 감독은 “감독 생활 7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데 우승해 너무 기쁘다”며 감정이 북받쳐 올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창호 9단 역시 "바둑리그 우승은 김영삼사범과 저도 처음인 것 같은데, 글쎄요, 후배 기사한테 넘기겠습니다"면서 먹먹한 표정을 지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신진서는 "저 개인적으로도 첫 우승이라 정말 기쁘구요, 바둑 내용적으으로도 정신이 없어서 감독님과 선수들도 어안이 벙벙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우승을 차지한 정관장 황진단은 챔피언트로피와 함께 상금 2억원을 받는다. 이 밖에 포스트시즌 성적에 따라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한 기자단 및 인터넷 팬투표로 MVP와 신인상을 수상한다. 시상은 12월 22일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거행되는 폐막식과 함께 진행된다.



▲ 홍삼액이 가득 담긴 우승컵. '금준홍주'의 맛이 어떨까.

▲ "아까워, 다 마시지 마." 박진솔이 마시는 것을 엿보는 김명훈.

▲ "이거 마셔도 되는 건가요(?)" '괜찮다면 주욱~~" 신진서.

▲ "우~와" "어때, 꿀맛이지(?) 짝짝짝~~"

▲ '그래, 우승은 이 맛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