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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CU가...돌고 도는 '고춧가루 폭탄'
종착역 앞두고 날벼락 맞은 포스코켐텍...정관장 황진단 조기 1위 확정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7-10-22 오전 7:46:44
▲ 이민배 출전으로 지난 경기 팀의 영봉패를 지켜봐야만 했던 이동훈(왼쪽)이 복귀전에서 나현을 꺾고 팀 승리를 견인했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3경기
'고마워 CU'...정관장 황진단, 정규시즌 우승 확정


팀은 탈락해도 개인은 돈과 명예를 위해 싸운다. 이런 의지가 집단적 화학작용을 일으키면 맵디 매운 '고춧가루 폭탄'이 된다. 시기적으로 매년 이맘때쯤이면 그 독성은 절정에 달한다. 맞은 팀이 가만 있으리라는 법도 없다. 다른 팀을 향해 또 터뜨린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자니 어쩔 수가 없다.

사실상 탈락이 확정된 팀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는 다른 한 팀. 2위를 확정 짓기 위해 마음이 바쁜 포스코켐텍이 뜻하지 않은 길목에서 3-2 패배의 쓰라림을 당했다. 아픔을 준 당사자가 바로 지난 경기에서 특제 폭탄을 맞고 주저앉은 팀이라는 게 아이러니했다.

▲ 전반기에 3-2 패배를 당했던 BGF리테일CU가 객관적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켐텍에 설욕했다.

21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7라운드 3경기에서 2위 포스코켐텍이 8위 BGF리테일CU에 덜미를 잡혔다. CU 2지명 이지현과 주장 이동훈에게 선제 2승을 내주며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던 포스코켐텍은 팀 스코어 1-2의 상황에서 믿었던 변상일이 갑자기 무너지는 사태를 겪으며 완패했다.

충격적인 주말 패배를 당한 포스코켐텍은 "어찌 이런 일이"라는 탄식이 나올 만했다. 은근히 기대했던 1위의 꿈이 사라졌음은 물론 2위를 확정 짓지도 못하면서 3위 SK엔크린에게 반게임차로 쫒기는 신세가 됐다.

▲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이 끝난 변상일-이창석의 4국. 중반 들어 유리했던 바둑이 한순간에 망가지자 변상일이 급히 돌을 쓸어담은 다음 스튜디오를 나와버렸다. 중계석의 이희성 해설위원이 "장래 1인자를 노리는 선수로서 어울리지 않는 매너"라고 일침을 가했던 장면.

▲ 변상일의 바둑이 느닷없이 난기류를 타자 모니터 앞으로 바짝 다가온 김성룡 감독. 얼마 후 변상일이 돌을 거두자 머리를 감싸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 질주한 정관장 황진단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2위~5위 싸움 막판까지 극도의 혼전
8승 올린 이창석, 역대 2부리거 최다승 기록과 타이


이 경기와 다음 경기를 대승으로 이긴 다음 5위 화성시코리요가 대패하길 바래야 하는 BGF리테일CU였다. 그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다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포스코켐텍이 CU에게 덜미가 잡히면서 쾌재를 부른 팀은 1위 정관장 황진단과 3위 SK엔크린이다(두 팀은 공교롭게도 다음날 대결한다). 원래 1위가 유력했던 정관장 황진단은 남은 두 경기에 관계 없이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또 SK엔크린은 정관장 황진단에게 4-1 이상의 대승을 거둘 경우 2위를 탈환할 수 있게 됐다. 1위는 챔피언결정전, 2위는 플레이오프 직행이 각각 걸린 자리다.

▲ 지난 4월의 개막식 때 "최정과 만나보고 싶다"고 했던 최철한. 그 부름에 응답이라도 하듯 최정이 장고판에서 마주 앉았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미쳤다(153수 최철한 흑 불계승).
상반기엔 세계대회 일정으로, 하반기엔 이창석의 활약에 밀려 올 시즌 여섯 번밖에 등판하지 못했던 최정(1승5패). 바둑리그 선수로 다년간 뛴 경험이 있는 이희성 해설위원은 "출전 간격이 띄엄띄엄이 되면 컨디션 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자기 일처럼 아쉬움을 드러냈다.

6승9패가 된 BGF리테일CU는 8위에서 7위로 한 단계 순위가 상승하며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화성시코리요가 SK엔크린에게 0-5로 진 다음 한국물가정보를 5-0으로 이기면 승자승으로 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여전히 확률 제로에 가깝다.

한편 퓨처스 선수로서 KB리그에서 8승째(5패)을 올린 이창석은 2012년에 김세동이 기록한 2부 리거 역대 최다승 기록(8승6패)와 타이를 이뤘다.

▲ "어쨌든 오늘 승리를 거뒀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고,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그런 것에 상관 없이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백대현 감독.왼쪽)

"(기록은)처음 들었고, 모르고 있었습니다. 변상일 선수와의 바둑은 중반 전투에서 제가 무리를 했고 상대가 그걸 응징해서 나빴는데, 나중에 실수를 해줘서 운 좋게 이긴 것 같습니다."(이창석.오른쪽)

22일엔 1위(12승2패) 정관장 황진단과 3위 SK엔크린(9승5패)이 17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김명훈-안성준, 한승주-박민규, 신진서-이영구, 이창호-홍성지, 박진솔-이태현(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전반기엔 정관장 황진단이 이창호 9단의 드라마 같은 역전승으로 '2패 뒤 3승'의 역전극을 펼친 바 있으며, 한승주(승)-박민규 전은 장고에서 속기로 자리를 이동한 재대결이다.



▲ 윤찬희를 상대로 완승의 흐름을 이끌며 선제점을 올린 이지현(오른쪽).

▲ 실시간 스코어가 '90대 10 이원영 우세'를 보였다가 중간에 다시 풀리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5국. 결국 이원영(오른쪽)이 허영호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사망 선고가 뒤바뀌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 패배가 믿기지도, 납득하기도 어려운 포스코켐텍 진영. 마지막 라운드는 4위 Kixx와 대결한다.

▲ 전후반기에 각각 당한 두 번의 영봉패가 아쉬운 BGF리테일CU. 한국물가정보와 최종 대결을 펼친다.

▲ 퓨처스리그에서도 6승8패, 7위를 기록 중인 BGF리테일CU. 왼쪽부터 오유진(5승9패),이창석(7승7패),안정기(8승6패).

▲ 여자리그 MVP.다승왕에 빛나는 김채영(21.포스코켐텍).

▲ 1부리거와 2부리거면서 여자랭킹 1,2위이기도 하고 남녀 통틀어 다승 1,2위에 랭크돼있기도 한 최정과 오유진(다승은 오유진이 44승으로 1위, 최정(42승) 2위.)

▲ 지난 시즌 4승에서 올 시즌 1승에 그친 최정. 마지막 경기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