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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만 이긴 화성시, 박정환에게만 진 SK
SK엔크린, 전반기 마지막 경기서 화성시코리요에 4-1 승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7-08-20 오전 7:22:44
▲ 세계페어대회 출전으로 지난 경기를 결장했던 박정환(오른쪽)이 복귀전에서 홍성지를 4집반의 넉넉한 차이로 따돌렸다. 얄미울 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차이를 벌려가는 박정환의 행보에 질려버린 홍성지. 다시 한 번 '홍성지의 천적'임을 증명한 박정환은 상대 전적을 11승1패로 벌렸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3경기
SK엔크린, 3위 확보하며 전반기 마감


한 팀은 선두권 수성이, 한 팀은 바닥 탈출이 절실했던 경기. 두 판의 동문 대결이 흥미를 돋웠던 3위팀과 8위팀의 대결에서 SK엔크린이 화성시코리요를 4-1로 눌렀다. 반환점을 눈 앞에 둔 2017 KB리그 9라운드 3경기의 결과다.

이기는 것도 이기는 것이지만 주춤했던 '대승'의 기세가 살아난 것이 더욱 큰 기쁨으로 와닿았다. 4라운드 5-0에 이어 5,6라운드를 연속해서 4-1로 이긴 SK엔크린이다. 그 막강했던 화력이 2경기 연속 패배를 당하며 시드는가 싶었는데 불끈 다시 살아나며 불을 뿜었다.

▲ 같은 도장 출신으로 나이는 91년생인 안성준이 한 살 많지만 입단은 김승재가 2년 빨라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두 사람. 후반 집중력에서 앞선 안성준(오른쪽)이 1집반 승리를 거두며 상대 전적을 4승2패로 벌렸다.

지치지 않는 상승세의 동력은 주전들의 고른 활약이다. 5명 전원이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시즌 초반 5연승을 포함 6승2패로 활약하고 있는 5지명 박민규가 눈에 쏙 들어온다. 지난 시즌 7승9패의 평범한 성적에 그쳤던 '박민규의 재발견'이다. 1지명 안성준과 2지명 이영구, 4지명 이태현이 5승3패로 팀 성적과 함께 가고 있고 3지명 홍성지는 4승4패를 기록 중이다.

▲ "도장에서 공부할 때 김승재.강유택과는 나이도 실력도 엇비슷해 같이 가는 사이였고, 몇 살 어린 박민규(94년생)는 후발주자의 위치였다"는 안성준. 하지만 올해 KB리그 성적은 박민규가 가장 좋다. 동문 선배인 강유택을 꺾고 결승점을 올린 박민규.

전반기 8위 머문 화성시코리요 '울고 싶어라'
박정환 빼곤 5할대 승률 한 명도 없어


화성시코리요는 우울하다. 톱랭커 박정환을 보유한 것만으로도 우승 후보의 반열에 올랐던 전력이 걸핏하면 연패를 안으면서 최하위권이다. 주장 박정환만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을 뿐 과거 티브로드의 주축 멤버였던 강유택과 김승재가 각각 3승5패와 2승6패. 지난해 신인왕에 빛나며 3지명으로 전격 발탁된 최재영은 1승6패로 참담하다. 팀의 막내이자 5지명인 송지훈의 3승4패가 오히려 돋보인다고나 할까.

KB리그 송태곤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제각각이고 운도 따르지 않는다.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 한다. 조금 살아나는 듯 보였던 김승재는 두 경기 연속 1집반 역전패. 지난 경기에서 이세돌에게 99수 만에 패했던 강유택은 초반부터 박민규에게 크게 밀리며 무력한 패배를 당했다.

▲ 직접 '화성시코리요 힘내라'라는 깃발을 만들어와 응원전을 펼친 박지훈 감독의 제자 김수민양(14.앞의 V자)과 그 뒤의 딸 가은이(10), 그리고 맞은편의 아들 가람군(8). 하지만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잇단 패전 소식에 나중엔 울 것 같은 얼굴이 됐다.

한편 최재영과 송지훈이 이민배 출전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대타로 나섰던 위태웅과 김형우, 두 퓨처스 선수도 도움이 못되긴 마찬가지. 올 시즌 처음 KB리그 무대에 선 위태웅은 이태현에게 대마가 잡히며 119수 만에 돌을 거뒀고, 연속 출전의 기회를 잡은 김형우 역시 체급이 달라 보이는 이영구의 위세에 눌리며 애꿎은 대승의 희생양이 됐다.

박정환 '국내외 15연승, KB리그 20연승'
24일 커제와의 대결에 모든 기록 갱신 여부 맞물려


팀내에서 혼자만 달리고 있는 박정환은 KB리그 7연승, 국내외 기전 15연승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박정환은 2015년과 2016년의 바둑대상 연승상 주인공. 박정한의 연승 질주에 여자 기사 최초로 연승상을 바라보고 있는 김채영이 불안한 입장에 놓였다. 김채영은 4월 25일부터 7월 6일까지 16연승을 올리며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 커제와의 자존심 걸린 한 판 대결을 앞두고 있는 박정환. 역대 전적은 4승4패로 호각이다. 지난해엔 박정환이 응씨배 8강전, 중국 갑조리그, LG배 16강전 등 세 번을 만나 모두 이겼고, 올 초 열린 이벤트 성격의 하세배에선 커제가 이겼다.

박정환의 연승 기록은 이 뿐 아니다. 지난 시즌 5라운드부터 20연승을 질주하고 있다(포스트시즌 6연승 포함). 자신이 2014~2015 시즌에 걸쳐 세웠던 KB리그 최다 연승인 21연승에도 1승차로 다가선 것. 참고로 한 시즌 최다 연승은 신진서가 지난해 작성한 12연승이 최고이다.

박정환의 연승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공교롭게도 24일 열리는 중국랭킹 1위 커제와의 몽백합배 16강전에 모든 기록의 갱신 여부가 맞물려 있다. 이 한 판이 우리 바둑계는 물론 박정환 자신에게도 일생일대의 승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런 관점에서도 읽힌다.

▲ "안 잡으면 판이 불리해 보여서 잡으러 갔는데 위험했다. 상대가 잘했으면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이태현.왼쪽)

"정관장은 아무래도 놔줘야 할 것 같다(웃음). 대신 포스코켐텍은 2등인데 끌어내려야 하지 않을까"(안성준.오른쪽)

21일엔 5위(3승5패) Kixx와 2위(5승2패) 포스코켐텍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9라운드 4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강승민-최철한, 김지석-나현, 김기용-변상일, 윤준상-윤찬희, 백홍석-이원영(이상 앞이 Kixx).



▲ 저녁 8시 반, 전반 속기 대국이 마무리될 즈음 동시에 막을 내린 장고대국. 올 시즌 지던 이기던 단명국이 많은 이태현(오른쪽)이 위태웅의 대마를 잡고 판을 끝냈다.

▲ 이영구(오른쪽)는 이겼을 때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김형우에게 171수 만에 흑 불계승.

▲ 5승3패로 전반기를 마감한 SK엔크린. 일요일의 마지막 경기에서 2위 포스코켐텍(5승2패)이 Kixx에게 패하면 개인 승수에서 앞서며 자리를 맞바꾸게 된다.

▲ 일류 기사는 이래저래 바쁘다. 막간을 이용해 팀의 선물용 부채에 싸인하고 있는 박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