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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걸스'를 아시나요
퓨처스 선수 이원도, CU 1지명 이동훈 꺾고 팀 대승 견인
  • [KB바둑리그]
  • 바둑리그 2017-08-19 오전 8:55:20
▲ 군대를 다녀온 이원도 6단(오른쪽.28)이 4년 만에 선 KB리그 무대에서 랭킹 7위 이동훈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모든 데이터의 열세를 뒤집은 이변의 1승.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소속팀 한국물가정보에 대승을 가져다 준 빛나는 선제점이 됐다. '원도걸스'는 유명 걸그룹에서 딴 이 6단의 별명이다.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2경기
한국물가정보, BGF리테일CU에 5-0 영봉승


군대를 다녀온 후 4년 만의 KB리그 무대. 상대는 1부 리거 중에서도 이른 나이에 주장 완장을 찬 차세대 에이스. 랭킹을 비교하자면 60위와 7위. 어디를 보나 체급이 맞지 않을 것 같던 이 대결에서 파란이 일어났다.

이변의 주인공은 이원도 6단. 2007년에 입단해 2013년 군에 가기 전까지 KB리거로 활약했고, 제대 후 올해부터는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28세 중고참이다. 이원도는 1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리그 9라운드 2경기에서 강호 이동훈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 예기치 않은 곳에서 4연승이 끊긴 이동훈. 올 시즌의 3패는 모두 상대 5지명(박진솔,박민규)이나 퓨처스 선수에게 당한 것이다. 주장으로서의 심적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

이동훈과는 2015년 국수전 예선 이후 2년 만의 대결. 하위권의 기사가 최정상을 만날 기회는 드문 지라 부담없이 싸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부터 힘과 힘이 부딪혔다. 올 들어 기풍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이동훈이 의식적으로 싸움을 걸어왔고 이원도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최후의 종착역은 서로의 대마가 얽히고 설킨 수상전의 형태. 그 운명을 쥔 패싸움에서 침착하게 양패를 읽어낸 이원도가 회심의 승리를 거뒀다.

이원도가 등판할 수 있었던 것은 5지명 설현준이 중국서 열리는 이민배에 참가하느라 자리를 비웠기 때문. 한종진 감독은 퓨처스 선수 3명 중에서도 가장 성적이 좋은(6승1패로 한웅규와 개인 공동 1위) 3지명 이원도를 불려 올렸다.

▲ BGF리테일CU에게 연달아 충격을 준 허영호(오른쪽)의 패배. 원성진을 상대로 승리 일보 직전까지 갔던 허영호가 막판 끝내기에서 두 집을 손해보면서 반집 역전패하는 일이 벌어졌다.

금싸라기 같은 기회를 살린 이원도는 이른바 '대타 홈런'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더구나 상대팀 주장을 상대로 한 선제 홈런이었기에 한국물가정보의 사기는 당장이라도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심전심 이 기회를 살리자는 뜻이 봇물처럼 모아져 폭포와 같은 대승을 이끌어냈다.

▲ 박영훈의 장고대국 출전은 내놓고 치는 거나 다름 없는 카드. 그 점에서 박영훈에게 3연패를 당하다가 최근 3연승을 거둔 진시영에게 BGF리테일CU의 기대가 모아졌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213수 박영훈 흑 불계승). 이 승리로 장고대국 3연승과 더불어 국내 기사 중 13번째로 900승을 달성한 박영훈.

한국물가정보 2경기 연속 대승 거두며 '화색'
박영훈 개인 통산 900승 달성
안국현 '역대급 묘수'로 이창석 돌풍 진압


2지명 원성진이 허영호를 상대로 극적인 반집 역전승. 주장 박영훈은 장고대국을 책임지며 일찌감치 팀 승부를 결정 지었다. 뒤를 이어 한태희와 안국현도 각각 이창석과 이지현을 꺾으며 대승을 완성했다. 5-0 완봉승은 지난 시즌 화성시코리요를 상대로 거둔 이후 10개월 만이자 올 시즌 9개팀을 통틀어 세 번째이다(앞선 두 차례는 SK엔크린과 포스코켐텍이 신안천일염을 상대로 각각 작성했다).

▲ 팀 승부완 관계 없지만 안국현(백)이 역대급 묘수로 타개한 4국의 한 장면. 흑▲로 끊겨 중앙 백 일단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백1로 하나 단수친 다음 3부터 빈축 몰듯 움직여 나오는 것이 절묘한 수순이다. 계속해서 백11이 하이라이트이자 결정타. 15까지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고 벗어나면서 백의 우세가 확정됐다.

19일엔 8위(2승5패) 화성시코리요와 3위(4승3패) SK엔크린이 9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위태웅(퓨)-이태현, 박정환-홍성지, 김승재-안성준, 강유택-박민규, 김형우(퓨)-이영구(이상 앞이 화성시코리요). 화성시코리요 3지명 최재영과 5지명 송지훈은 이민배 참가로 오더에서 제외됐으며, 박정환은 세계페어대회 참가로 지난 라운드를 결장한 후 2주 만의 복귀전이다.

▲ 팀 승리의 주역인 원성진과 이원도.

(이원도) "승리는 언제했는지 모르겠고, 4년 만의 출전이란 건 기억난다" "상대가 강해서 1패라고 짐작해야 하지만 잘 풀려서 기분이 좋다" (마지막에 중계진의 요청에 주먹을 쥐어 보이며)"감독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성진) "바둑이 워낙 나빠서 중도에 포기할까도 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전반기엔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마지막 두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 좋은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 이지현에게 2전 2패를 당하다가 첫승을 거둔 한태희(오른쪽).

▲ 이희성 해설자로부터 "안국현의 침착함을 못 견디는 것 같다"는 소릴 들은 이창석(오른쪽). 후반에 맹추격했지만 1집반의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 퓨처스 선수들이 대거 이민배에 출전하면서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명훈 변상일 한승주 등 거물급(?)들이 총출동한 실시간 스코어 판정단.

▲ 지난 경기에 이어 연속 대승을 거두며(3승5패) 6위로 순위를 끌어올린 한국물가정보. 이희성 해설자는 "향후 5지명 설현준과 이원도를 놓고 누구를 써야할지 한종진 감독이 즐거운 고민에 빠질 것 같다"고.

▲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충격적 패배를 당한 BGF리테일CU. 3지명 허영호(2승6패)와 4지망 진시영(1승6패)의 동반 부진이 아쉽기만 하다.

▲ 바쁜 스케줄과 퓨처스 선수 이창석의 활약으로 전반기에 세 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최정. 내주 일요일의 팀 경기엔 새로 생긴 "한중일대(만) 여왕 바둑 쟁탈전"에 참가하느라 또 출전하지 못한다. "저도 많이 아쉬워요" 살짝 서운함을 내비치는 최정.